[명경대] 황제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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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랜드마크인 공지천.
지역을 찾는 외지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 곳이다.
1968년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참전 기념탑이 공지천에 세워졌다.
조 씨의 아버지도 '황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게 문을 닫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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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랜드마크인 공지천. 지역을 찾는 외지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 곳이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사계절 절경을 자랑하는 공지천은, 수변 산책로와 자전거 길로 유명하다. 특히 강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봄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1970년대엔 ‘공지천 특설링크’가 조성돼, 전국단위 빙상경기가 자주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공지교 옆, 강으로 접어드는 첫머리엔 오래된 커피집이 있다. ‘이디오피아의 집’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강풍경이 어우러져 묘한 운치를 풍긴다. 중년의 부부나 중절모를 쓴 어르신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자랑하며 공지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디오피아 집의 내력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커피집의 탄생은 한국전쟁이 실마리가 됐다. 이디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지상군을 파병했다. 최정예 황실 근위대 ‘강뉴’ 부대를 보내 주로 강원도 중동부 전선에서 싸웠다. 전쟁 중 6037명이 참전해 253회 전투를 치렀고 124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다. 강뉴 부대는 포로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1968년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참전 기념탑이 공지천에 세워졌다. 건립 소식에 하일레 슬라세 에티오피아 황제가 직접 전용기를 타고 춘천을 찾았다. 황제는 지금의 사장인 조수경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이름 없는 커피집에 ‘이디오피아벳(집)’이란 이름을 선물했다. 어머니는 ‘100년의 약속’을 했다. 조 씨의 아버지도 ‘황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게 문을 닫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상호도 현지 발음에 가깝게 ‘이디오피아’로 쓰고 있다.
이디오피아 집(벳)이 지난달 29일 개관 2만 일을 맞았다. 반세기가 넘은 동안 하루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 사이 이디오피아 황제와 대통령, 장관 등 주요 인사부터 참전용사들까지 찾는 명소가 됐다. 한편으로 이곳은 대한민국 커피의 메카이기도 하다. 개점 당시 조 씨 부모님은 황실 커피 생두를 외교 행랑을 통해 들여왔고, 사용하는 커피의 양이 많아지자 세관에 돈을 내고 커피를 수입했다. 커피를 통해 역사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 볼 만도 하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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