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언더독’ 성균관대가 일으킨 반란
“꼴찌 팀도 우승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사고를 한 번 치고 싶다”
2014년도부터 성균관대를 이끌고 있는 김상준 감독이 2023년도 대학리그 개막을 앞두고서 기막힌 출사표를 전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농구, 축구, 리그와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에서 혼자서 우승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특히나 팀 스포츠의 정석, 농구에선 더욱이 그렇다. 르브론 제임스 정도 되는 슈퍼스타가 저기 머나먼 변방 리그에서 뛰면 모를까.
코트 위 5명 모두가 제 자리에서 역할 수행은 물론,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발현시켜야 승리에 가까워진다. 더 나아가 균형 잡힌 로스터에 안정적인 밸런스는 어쩌면 필수 요소. 이처럼 삼박자를 넘어선 네 박자, 다섯 박자가 동시에 들어맞아야 대권에 다가설 수 있다.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이 중앙대와의 8강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면서 “정상 멤버라면 결승 진출까지 도전해 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 이유도 위 맥락과 비슷하다.
정규리그 6위를 기록한 성균관대가 다음 스테이지, 연세대로 향하려면 반드시 중앙대의 안방, 안성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수단 상황은 좋지 못하다. 그나마 정상 전력으로 맞붙었던 지난 4월 27일에도 3점 차로 패했던 악몽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선 더욱 가용인원이 줄어들었다. 어깨 부상 이현호, 발목 부상 조혁재, 햄스트링 부상 원준석, 설상가상으로 팀 내 최장신이자 유일한 2미터 신장 김윤성이 발목 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와 단판 승부 플레이오프는 확연히 다른 무대다. 패배는 곧 시즌 종료로 직결되기에 항상 사령탑들은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큰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선수 즉, 깜짝 스타의 탄생을 바라기도 한다.
9월 7일, 김상준 감독의 바람대로 성균관대를 난세에서 구출해 준 영웅이 등장했다. 단, 한 명이 아니었다.
김윤성의 공백은 경기 내내 이주민과 노완주가 철저히 메웠고, 2쿼터부터는 신입생 슈퍼노바 강성욱과 구인교가 왼쪽, 오른쪽 날개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4학년 민기남과 박종하는 중요할 때마다 외곽에서 고춧가루를 뿌리며 흐름을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해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코트 위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 성균관대였다.
이날 성균관대의 플레이는 이가 없으면 잇몸의 모범적인 예였다. 김상준 감독은 부상 인원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최소 10분 이상 기용하며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6명으로 40분 전체를 소화한 중앙대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고른 출전 시간 분배 덕에 김상준 감독은 틈틈이 중앙대를 상대로 전매특허, 풀코트 프레스를 앞세워 흐름을 챙길 수 있었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최대 강점, ‘분위기 타기’까지 겹경사로 더해지니 걷잡을 수 없었다!
“몸이 올라오지 않는다. 가진 능력의 절반도 못 쓴다”
김상준 감독은 스타팅 라인업으로 나섰던 강성욱을 두고 한때 앞선 멘트처럼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이날의 강성욱은 달랐다. 특히 아버지와 코칭스태프의 조언으로 마음을 고쳐잡자 왜 그가 기대되는 신입생인지 그대로 증명해 보였다.
중앙대로부터 턴오버 유발 후, 빠른 트랜지션 오펜스 전개로 연속 득점을 책임진데 이어, 감탄을 자아내는 유로스텝으로 깔끔한 림어택까지 넣었다. 대표팀 경험, 큰 무대를 많이 뛰어봐서인지 강성욱은 1학년 첫 플레이오프 무대임에도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성균관대 제6의 멤버, 중앙대 안성캠퍼스를 마치 성균관대 홈으로 착각하게 만든 열렬한 응원단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팬들은 심판의 아쉬운 판정 하나하나에 불만을 보이는 챈트를 흘러내기도 했다.
이에 흥을 탄 성균관대 선수들은 흐름을 가져오는 3점슛을 터뜨릴 때마다 관중석을 향해 멋진 세레모니를 연달아 시전했다. 오로지 대학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춘들의 에너지였다.
전력적 열세였음에도 하나로 똘똘 뭉쳐 승리한 성균관대가 이제는 연세대를 만나러 간다. 연세대를 상대로는 리그에서 2전 2패. 이번 해에 좋은 기억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김상준 감독과 수훈 선수 강성욱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부분이 있다.
“최선을 다할 것, 성균관대 만의 플레이를 펼칠 것”
고려대와 용호상박을 다투는 연세대이기에 성균관대는 또다시 바닥에서 탑독을 잡아야 하는 포지션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 법이다. 3전 3패가 될지, 첫 승리를 가장 중요한 순간에 거둘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직 성균관대의 2023 KUSF 대학농구 U-리그는 끝나지 않았고, 버스는 신촌으로 출발했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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