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괴짜 기초과학 연구도 지원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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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는 '오스미 기초과학창성재단'이란 공익재단이 있다.
홈페이지에 밝힌 연구비 지원 기준은 3가지.
선견지명과 독창성이 있는 기초과학, 국가 지원을 받기 힘든 기초과학, 정년 등으로 인해 계속 연구하기 힘든 기초과학이다.
"재미있는 연구를 하지만 연구비가 부족한 사람을 돕는다. 도전하는 이를 지원하자는 취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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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보고 기초과학에 투자하라”
그 재단을 2018년에 설립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를 지난해 1월 인터뷰하며 이유를 물었다. “재미있는 연구를 하지만 연구비가 부족한 사람을 돕는다. 도전하는 이를 지원하자는 취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망 분야를 선택해 지원한다. 하지만 과학은 1000만 엔을 투입했다고 반드시 1000만 엔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정부 지원책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오스미 교수는 효모 세포를 이용한 ‘오토퍼지(Autophagy·자가 포식)’ 연구로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일본 생물학의 권위자다. 도쿄특파원 시절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은 일본인 3명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의 주장이 묘하게 일맥상통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가 나올 것 같으니 연구비를 지원하자’는 식으로 과학을 육성할 수 없다. 과학에선 실패의 경험도 쌓이면 지식이 된다. 결코 낭비가 아니다. 노벨상 수상 연구도 의외로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곧바로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등 인류의 기초 지식을 풍부하게 해준다. 한 국가가 가진 역량의 종합판이 기초과학이다. 실용화까지 100년이 걸릴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셋째, 일본이 노벨상 강국이 된 것은 1945년 전쟁이 끝난 후 ‘폐허에서 일어서려면 과학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덕분이다. 당시 시작한 연구가 지금의 노벨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서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과 진행했던 과거 인터뷰를 떠올렸다. 정부는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였다. 기초연구 예산의 경우 6.2% 삭감했다. 과학계 연구비 카르텔을 깨부수고 핵심 전략기술을 중점 육성하겠다는 정부 설명에 동의한다. 하지만 예산 절감이라는 이익보다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오스미 교수는 1970년대부터 효모 연구를 파고들었다. 당시 다른 과학자들은 효모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토퍼지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암,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인성 질환을 해결해 줄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을 약 50년 연구했더니 이제 실용적인 성과를 기대할 만한 단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와 인터뷰하며 “정부가 집중 투자하는 유망 과학 분야와 오스미 기초과학창성재단이 지원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 중 어느 측이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으냐”며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당시 신문에 소개하지 않았던 답을 그대로 옮긴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내 사례를 보면 오토퍼지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새 연구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효과가 있을 것 같으니 지원한다’고 하면 과학은 육성되지 않는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기초연구까지 지원하는 게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박형준 산업1부장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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