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개인전… "미술로 풀어낸 서로 다른 존재들의 조화"

박은희 2023. 9.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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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협업자들과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작업이더라고요. 작가로서 미술이라는 언어 안에서 다양한 매체와 형식, 재료를 사용하면서 고민해온 여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를 여는 강서경(46) 작가는 개막을 앞두고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좀 더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다"며 "편안하게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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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작에서 발전한 작업과 신작 등 130점…리움미술관서 12월 31일까지
강서경 작가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강서경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 설치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미술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협업자들과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작업이더라고요. 작가로서 미술이라는 언어 안에서 다양한 매체와 형식, 재료를 사용하면서 고민해온 여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를 여는 강서경(46) 작가는 개막을 앞두고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좀 더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다"며 "편안하게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에서 연 개인전 제목에도 꾀꼬리가 들어가는데 그땐 어떤 한 개인의 안전한 상태와 자유·공간·영역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며 "이번 전시는 수만 마리에 꾀꼬리들이 풀어져 있는 상태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제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들을 교차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나 시조 등 전통의 기록들을 읽어나가면서 제 상황으로 한번 재해석하고 대입해 다양한 형식과 방법의 미술이 나오게 된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강 작가는 지난 7일 개막한 개인전에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130여 점을 출품했다. 리움미술관의 M2 전시장과 로비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과 그 속에 함께하는 개인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풍경을 펼친다.

그의 초기작 '정井'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각틀에서 착안했다.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강 작가의 회화작업을 가리키는 '모라'(Mora)란 언어학에서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로,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 올리는 단위이자 작품을 지칭한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방식대로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그림을 그리는데, 농담을 달리하는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하여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자리' 연작은 조선시대 1인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에서 춤을 추는 공간의 경계를 규정하는 화문석에서 착안했다. 작가는 한 개인에게 무대가 되기도 하고 경계선이 되기도 하는 화문석을 '자리'라는 공간 개념으로 치환해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고찰하고, 회화 매체를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하는 조형적 기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대 규모 미술관 전시로, '정井' '모라' '자리'뿐 아니라 개인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그랜드마더타워' '좁은 초원' '둥근 유랑' 등 기존 연작에서 발전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산' '귀' '아워스' '기둥' '바닥'과 같이 한층 다변화된 형식의 새로운 조각 설치 및 영상을 포함했다.

전시 제목이자 신작 영상의 제목인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을 참조한 것으로, 실을 짜듯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과 소리를 풍경의 직조로 읽어내던 선인들의 비유를 가져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각·촉각·청각 등의 다양한 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의 경험을 아우르는 작업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 시간의 흐름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의 요소와 그 속에서 함께 자리하고 관계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거대하지만 섬세한 풍경을 제시한다.

글·사진=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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