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결은 역그립·이주미는 집게 그립…그녀들의 변신은 무죄

주미희 2023. 9.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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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도 퍼터와의 전쟁
박결·이소미 왼손 역그립 사용…“왼손이 지지대 역할”
이주미는 5m 이내 퍼트 집게그립…5m 이상 정그립
“집게 그립 잡으면 손목각 유지돼 정타 나와”
김시원은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브룸스틱 퍼터’
“몸 전체 움직여 짧은 퍼트 약점 지워”
왼쪽부터 박결, 이주미, 김시원(사진=이데일리DB, KLPGA 제공)
[이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퍼터는 14개 클럽 중 가장 변화무쌍한 클럽이다. 퍼터 타입은 물론 잡는 방법까지 천차만별이어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선수들이 가장 많은 변화를 주는 클럽도 바로 퍼터다. 선수들은 자신의 약점을 지우고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7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3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도 일반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먼 방법으로 퍼트하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선수는 ‘역그립’을 잡는 박결(27)이다. 오른손을 밑으로 내려 잡는 정그립과 달리 역그립은 왼손이 오른손 아래에 있는 형태다.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도 불린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해 시드 순위전 수석을 기록한 ‘엘리트 골퍼’인 박결은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2018년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1승을 거뒀다. 통산 1승에 불과하지만 2020년까지 매년 상금랭킹 60위 이내를 유지하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박결은 2021년 상금랭킹 69위로 떨어져 ‘지옥의 시드전’으로 내몰리고 좌절했다. 당시 시드전에서 27위를 기록하고 다음 시즌 시드를 확보한 박결은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정그립만 고집했지만 손을 바꿔잡는 역그립으로 변화했고 크게 만족하고 있다.

박결은 “짧은 퍼트가 너무 들어가지 않아서 변화를 준 것”이라며 “처음에는 짧은 퍼트만 역그립을 잡았는데 지금은 짧은 퍼트, 긴 퍼트 모두 역그립으로 스트로크를 한다”고 소개했다. 박결은 “공이 퍼터 헤드에서 출발할 때 원하는 대로 똑바로 간다. 뒤틀림이 덜하다 보니 직진성이 좋아진 점이 눈에 띄는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쭉 역그립으로 퍼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골프 전문가들은 퍼트할 때 왼손을 오른손보다 아래로 잡으면 왼손이 지지대 역할을 해서 손목의 흔들림을 잡는 데 용이하며, 오른손목이 과도하게 움직이는 걸 왼손과 왼 손목, 왼팔이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KLPGA 투어 통산 5승의 이소미(24)도 지난해부터 역그립을 잡고 퍼트한다. “퍼트할 때 손목을 덜 쓰는 효과가 있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집게 그립을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주미(28)와 이정민(31)이 집게 그립을 잡는다. 집게 그립은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의 샤프트를 단단히 잡고 오른손 위주로 백스윙과 임팩트를 하는 방법이다.

이주미는 그동안 정그립을 잡으면 손목이 눌리는 현상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긴장하면 몸이 움츠러들면서 손목이 더욱더 눌리는 현상이 나왔다. 손목이 눌리면 퍼터 헤드의 토(toe)가 들리기 때문에 스트로크 때 공이 왼쪽으로 당겨지기 일쑤다. 이주미는 3년 전 전지훈련에서 온갖 그립을 잡아보며 연습하다가 집게 그립을 잡았을 때 가장 손목 각이 세워진다고 판단하고, 그때부터 집게 그립으로 퍼트하기 시작했다.

다만 5m 이내의 퍼트를 남겼을 때만 집게 그립을 잡는다. 5m 이상의 긴 거리 퍼트를 할 때는 정그립으로 한다. ‘힘 전달’ 때문이다. 이주미를 지도하는 이동석 코치는 “집게 그립은 힘을 오른손으로만 주기 때문에 5m 이상의 거리에서 퍼트할 경우 정그립처럼 온전히 힘을 주지 못한다. 이에 롱 퍼트를 할 때는 정그립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선수마다 그립을 잡는 형태도 다르다. 이주미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퍼터 그립을 끼운 뒤 왼손 검지를 오른손 중지에 대고 오른손 중지로 힘을 준다. 반면 KLPGA 투어 통산 10승의 이정민은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이어지는 V자 부분에 왼손 검지를 갖다 대고 퍼트한다. 오른손 전체로 힘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도 있다. 바로 김시원(28)이다. 2m 이내 짧은 퍼트의 약점을 타파하고자 한 김민선은 올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에 모든 종류의 퍼터를 들고 갔다. 그중 가장 성과가 있었던 퍼터가 롱 퍼터로 불리는 브룸스틱 퍼터라고 한다. 브룸스틱 퍼터는 어드레스 시 그립이 가슴팍까지 올라오며 빗자루처럼 쓸어친다고 해 ‘브룸스틱’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퍼트할 때 가슴까지 올라오는 퍼터 그립을 팔을 한껏 구부려 잡은 뒤 시계추처럼 공을 굴려야 한다. 손보다 어깨 움직임이 주를 이뤄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인다고 느끼게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김시우(28)와 안병훈(32)이 대표적으로 브룸스틱 퍼터로 효과를 봤으며, 김시원도 친분이 있는 김시우에게 조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퍼터와 씨름하는 선수들이 많다. 정찬민(24)이 역그립을 잡아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제패했으며, 제네시스 대상 1위를 달리는 이재경(24)도 역그립, 집게그립 등을 번갈아 잡으며 퍼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올해 KPGA 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최승빈(22)도 브룸스틱 퍼터로 경기한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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