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두 얼굴의 예산안과 국민 알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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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두 얼굴을 가졌다.
정부가 내년도에 총수입(612조1000억원)보다 총지출(656조9000억원)을 40조원 넘게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성격 규정이 쉽지 않을 정도로 재정운용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정부 대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와 견줘 지출이 구조조정된 사업이나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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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두 얼굴을 가졌다. 예산안의 성격이 확장적인지 긴축적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총지출 증가율(2.8%)을 강조하며 긴축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이 5.1%였고, 문재인정부 때 총지출 증가율이 7~9%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총지출 증가율은 확실히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경상성장률(4.9%)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점도 긴축 재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성격 규정이 쉽지 않을 정도로 재정운용에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정부 대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피 같은 세금을 낸 국민에게 재정 상황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소상하게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모습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두꺼운 ‘장막’을 친 채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말라’는 메시지만 발신될 뿐이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와 견줘 지출이 구조조정된 사업이나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 7조원, 보조금 관련 4조원을 지출 구조조정했다고 밝혔을 뿐 전체 지출 구조조정(23조원)의 절반 이상은 안갯속에 있다.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어 공개가 부담스럽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국민의 알권리는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7월까지 약 43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의 대처 방안으로 거론되는 ‘불용’도 마찬가지다. 불용은 사업 중지 등의 이유로 당초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정부는 “인위적인 강제 불용은 없다”면서도 자연스러운 불용은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불용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불용의 추계, 현황 등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전하고 균형 잡힌 토론 속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재정의 역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지금, 추 부총리의 이 말이 실천에 옮겨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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