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펫 숍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얼마 전 화성시 개 번식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번식업자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개를 죽여 냉동실에 사체를 보관하고, 임신한 어미 개의 배를 갈라 죽인 뒤 새끼를 꺼내 팔았다. 놀랍게도 해당 번식장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당초 허가받은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1400여 마리의 개가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번식업자가 동물을 죽인 행위는 당연히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또한, 번식업자는 운동공간 설치 등 동물의 특성에 맞는 생태적 환경, 안전한 시설과 인력 기준 등을 갖춰야 한다. 동물을 건강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그 내역을 기록해야 하며, 번식능력이 없는 동물은 보호하거나 입양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유기하거나 폐기를 목적으로 거래해선 안 된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법적 준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는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법상 내용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위법 사항에 대한 관리 감독도 지나치게 부실하다. 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나아가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무수한 동물들이 오늘도 끔찍한 고통을 당하며 죽어간다.

번식장의 새끼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결국 펫 숍으로 팔려간다. 펫 숍에서 어린 동물을 사는 소비자들은 지금 어미 개들이 겪고 있는 고통, 새끼 강아지들이 어미 개와 접촉해보지도 못하고 판매되는 현실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막기 위해서는 독일과 같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하는’ 문화와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동물을 생산하고 팔고,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엄격한 동물복지와 허가 기준을 준수하는 일부 브리더들만이 소규모로, 즉 한정된 개체 수 범위에서 동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