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을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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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약이란 같은 증상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과를 보이는 약을 의미했습니다.
같은 증상을 가진 100명의 환자 중에서 70명에게 효과가 있는 약은 좋은 약이라고 평가되었지요.
의사가 이렇게 짧은 시간 진료를 하는 데에는 유사한 증상에는 유사한 진단과 처방을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각각의 증상과 사연들을 무시하고 비슷하다는 이유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처방하고, 치료하고, 처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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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의사의 진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료에 대한 불만 중에 ‘30초 진료’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약시간에 맞추어 가서 30분을 기다렸는데, 진료는 고작 30초에 불과하다는 불만이지요. 의사가 이렇게 짧은 시간 진료를 하는 데에는 유사한 증상에는 유사한 진단과 처방을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요. 유사한 증상일 수는 있지만 똑같은 증상일 수는 없습니다. 같은 감기라도 누구는 콧물이 심할 수도 있고, 누구는 열이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법조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어느 경우는 운전거리가 길고 어떤 경우는 아주 짧을 수 있지요. 또 누구는 아이가 다쳐서 혹은 출산을 앞둔 부인에게 통증이 와서 등등 아주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벌도 달라야 한다는 요구가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각각의 증상과 사연들을 무시하고 비슷하다는 이유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으로 처방하고, 치료하고, 처벌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예전에는 도태되었던 30명에게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므로 효과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에는 무시되었던 30명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겁니다. 의료와 법률 분야에서도 미세하지만 조금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각각의 증세와 사연을 좀 더 자세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의사와 법률가에게 좋은 평가가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에는 애써 무시되거나 관심 밖에 있던 소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을(乙)로 취급되었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지요. 기업의 입장에서도 을의 목소리가 모여 결국은 사회가 유지되고 수요가 창출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미래사회는 사소한 것들, 무시되었던 것들에 관심이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한 흐름입니다. 을의 시대는 반드시 오고야 말 겁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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