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으로 양으로 바빴던 1박2일…오지환, 문보경 살리고, LG도 살렸다[스경X히어로]

안승호 기자 2023. 9. 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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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연합뉴스



전날 경기 이후로 책임감이 더 커진 하루였다. LG 주장 오지환은 7일 수원 KT전에 앞서 팀 분위기에 조금 더 신경 쓰는 표정이었다. 밝은 얼굴로 구단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염경엽 LG 감독이 이날 경기 전 브리핑 시간에 칭찬했던 내용과 맥이 닿는 대목이었다. LG는 전날 KT전에서 3-0으로 리드를 잡고 9회를 맞고도 마무리 고우석의 블론세이브로 3-4 역전패 했다. 고우석의 패전도 뼈아팠지만, 실책성 2타점 끝내기 안타를 내준 3루수 문보경의 상처도 컸다. 문보경은 전날 패전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염 감독에 따르면 오지환은 전날 밤 팀내 최고참인 김현수와 함께 전날 패전으로 충격이 컸을 두 선수를 따로 만나 다독였다. 가라앉을 수 있던 팀 분위기를 다시 잡았다. 염 감독은 “두 고참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고 칭찬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팀 분위기를 살린 오지환이 그라운드에서는 팀을 살렸다. 2위 KT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5타석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고비 때마다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선두 LG는 KT를 11-4로 꺾고 주중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두 팀 간격을 다시 6.5게임차로 벌려놨다.

KT 선발로 공략이 까다로운 사이드암 고영표가 등판한 날. 오지환은 2-3으로 추격하던 4회초 1사 2루에서 고영표의 패스트볼을 우전 적시타로 연결해 동점을 만들더니 4-3이던 6회에는 이날 경기 흐름을 가른, 우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6회 1사 1루, 볼카운트 1-1에서 고영표의 3구째 패스트볼이 구속 132㎞로 날아오자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으로 연결했다.

KT는 3-6에서 맞은 6회말 선두타자 출루에도 추격에 실패하자 7회로 넘어가며 포수 장성우 유격수 김상수 등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SSG와 주말 시리즈에 대비했다.

LG 문보경. 정지윤 선임기자



오지환은 경기 뒤 문보경 관련 질문에 “멘털이 좋다. 스스로 일어섰다”면서도 “특별한 얘기를 해준 건 아니다. 수비 상황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다만 ‘너는 우리팀 주전 3루수’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문보경 하루만에 벌떡 일어나 4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오지환은 이날 상대 선발 고영표에 대한 자신감도 슬쩍 드러냈다. 투구 레버토리가 본인과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에 대해 설명하면서 6회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직구 ‘노림수’가 적중했다고 소개했다.

초구 체인지업과 2구 커브가 들어온 가운데 3구에는 직구를 던질 만한 타이밍으로 봤다는 것. 실제 직구가 날아왔고, 오지환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돌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다운 접근이었다.

수원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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