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거 먹고 나라 지키라고?”…불량 전투식량 170만개
동일 업체가 여전히 납품해와
참기름등 유통기한 조작 의혹
방위사업청 “지자체서 허가”
“수년간 단독 납품, 비리 의심”
7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A업체의 유통기한 외부기관 검증 의뢰서인 ‘품목제조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전투식량에 포함된 참기름과 옥수수유의 유통기한 승인을 생산공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위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식량Ⅱ형은 비빔밥·된장국·초콜릿·수프·참기름·옥수수유 등 6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참기름은 폴리에틸렌과 나일론 재질로 1차 밀봉 포장을 한 뒤, 두 겹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와 나일론, 폴리에틸렌 재질의 네 겹 포장재로 이중 포장하는 경우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39개월간 인정받는다.
옥수수기름은 ‘주석도금강판(두께 0.155~0.6mm의 강판)’ 방식으로 포장해야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42개월로 인정되는데 실제로는 비닐로만 포장되어 있었다. 옥수수기름에 대한 보고서에는 의뢰기관명, 연구책임자, 직인 등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병사의 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투식량에 대해 담당 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문제는 전투식량의 유통기한 문제가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전투식량Ⅱ형을 납품해온 또 다른 B업체가 유통기한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국방부와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다.
식약처는 “국내에 유통되는 참기름, 옥수수유, 초콜렛 가운데 유통기한이 3년 이상인 제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참기름과 옥수수유의 유통기한은 2년 미만, 초콜렛은 1년 미만”이라고 밝혔다.
당시 식품위생법 10조(현재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로 개정)에 따르면 여러 제품을 한 포장 용기에 담을 경우 구성제품 가운데 가장 짧은 유통기한 또는 그 이내로 유통기한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B업체의 전투식량 유통기한을 1년으로 표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리한 것이다.
반면,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는 A업체는 당시 식약처 조사를 피해갔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B업체에 대해 A업체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A업체에 대한 민원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군에는 전투식량Ⅱ형이 약 170만개가 비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당 단가는 약 5600원으로, 총 금액으로는 95억2000만원에 달한다.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대표변호사는 “전투식량의 개별 물품은 외부 기관에서, 포장상태는 기품원에서 유통기한을 검수하는 게 필요하다”며 “더욱 큰 문제는 수년간 경쟁체제가 아닌 단독 납품을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독 납품을 하려면 특수성·고도의 기술력 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전투식량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임에도 오랜 기간 단독 납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리 등이 개입했을 것이 의심돼 군 검찰의 수사가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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