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시중 요구에 강제 입맞춤…지역 축협·신협 임원들 추태
직장 괴롭힘·성희롱 5건
요구 미수용 땐 보복 인사
임금체불·성차별 사례도
‘고객에게 술 따르기 강요’ ‘여성 직원에게 강제 입맞춤’ ‘장기자랑 강요’ 등 지역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5건이 적발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 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된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중앙회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신협에 이어 올해 3~8월에도 기획감독이 실시됐다. 감독 결과 113곳의 지역 금융기관(농·축협 92곳, 수협 14곳, 새마을금고 4곳, 신협 3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5건), 임금체불(214건, 38억원), 비정규직·성차별(7건), 연장근로 한도 위반(33건) 등 총 76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여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 자리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지점을 발령한 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른 위반사항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35건, 4700만원), 시정 지시(그 외 법 위반 사항) 등 행정·사법적 조치를 했다.
A축협에선 임원이 여직원을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 강제로 참석시켜 술을 따르고 마시라고 강요했다. 이를 거부한 직원은 본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B축협에선 조합장이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 율동 영상을 촬영해 지점 직원들이 가입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도록 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직원 외모와 복장을 지적했다.
C신협에선 남성 임원이 회식 중 술을 깨기 위해 가게 앞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 또 임원이 직원들에게 ‘나에게 잘 보이면 보너스 점수를 준다’며 워크숍에서 장기자랑 및 공연을 하도록 강요했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퇴사를 강요받은 기간제 노동자가 퇴사하지 않자 임원이 폐쇄회로(CC)TV 위치를 변경해 해당 노동자의 업무를 감시하고, 기존에 작성하지 않던 업무일지를 쓰게 하면서 괴롭힌 사실도 드러났다.
이 장관은 “이번 감독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동종업계 특별감독,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진행된 기획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문화·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강력히 처벌해야 직장갑질을 줄일 수 있지만 정부는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너무 관대하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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