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대북제재…북, ‘안보는 러시아·경제는 중국’ 박차
중 부총리 ‘9·9절’ 참석차 방북…인프라·농업 등 협력 가속
김정은, 10~13일 방러 전망…푸틴과 무기 거래 논의 가능성
중국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가 9일 북한 정권 수립(9·9절) 75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로 영향을 받았던 북·중 경제협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무기 공급 등 군사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와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 분야에서 협력이라는 ‘안러경중’ 경향이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외교부 발표를 종합하면 류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은 9·9절 75주년 경축행사 참가를 위해 8일 방북한다. 5년 전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공산당 서열 3위)이 방북한 것에 비해 격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지만, 오히려 실질적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데 적임자다.
공학도 출신의 류 부총리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헤이룽장성에서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쳤고, 2017년 지린성 성장을 지내는 등 북·중 접경지역인 동북지역에서 경력이 풍부하다. 중국 국무원 부총리 4명중 류 부총리는 의료보건, 인프라 건설, 농업, 환경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 관련 분야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물류나 중국산 소비재 판매, 북한 농업 발전에서 중요한 기계화 분야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농업의 과학화·현대화를 강조해왔으나 취약한 농업시설과 농업기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북·중관계를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농업이나 의료보건 협력뿐 아니라 고속도로, 항구, 공항 같은 인프라 건설과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개성공단 내 30여개 공장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한·미·일 협력 강화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북·중·러 연대는 점점 강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안러경중’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류궈중의 배경으로 볼 때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모색하는 데 비해 중국과는 경제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필요와 중국의 정치적 고려가 만나 류궈중 단장의 방북 일정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도 이번 9·9절 75주년 경축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여 지난 7월27일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열병식 때와 마찬가지로 북·중·러가 뭉치는 모습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은 오는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무기 거래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포탄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인공위성 및 핵 추진 잠수함 등 핵 개발 기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현직으로서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한 이후 양국 간 군사협력은 급물살을 탔다. 쇼이구 장관의 방북 일주일 만에 김 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을 찾아 로켓 생산능력을 점검하고 순항미사일용 엔진과 무인기 등 양산 추진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각종 무장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한다고 강조했는데, 대량생산 언급은 러시아의 무기 원자재 제공 보장 없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엔 대북 제재의 핵심인 무기금수 조치를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폐기하고, 무기 거래 대가로 북한에 러시아산 원유가 흘러간다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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