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무득점이라고?' 14년 기다린 10연승, 두산이 막았다…최원준 부활투+조수행 호수비·번트쇼[잠실 게임노트]

김민경 기자 2023. 9. 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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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준 조수행 ⓒ곽혜미 기자
▲ 양석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14년 만에 10연승을 노리던 KIA 타이거즈의 앞을 막아섰다.

두산은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6위 두산은 2연패에서 탈출하면서 시즌 성적 56승56패1무로 5할 승률을 회복했고, 5위 KIA는 9연승을 마감하고 시즌 51패(57승2무)째를 떠안았다.

# 선발 라인업

두산: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박지훈(1루수)-양의지(포수)-호세 로하스(좌익수)-양석환(지명타자)-허경민(3루수)-박계범(2루수)-조수행(우익수). 선발투수 최원준.

KIA: 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최형우(지명자타)-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김선빈(2루수)-오선우(1루수)-김태군(포수)-최원준(중견수). 선발투수 양현종.

▲ 최원준 ⓒ곽혜미 기자

# 대체 선발 전락한 최원준의 부활투…물집이 아쉽네

최원준은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국내 선발진의 버팀목이었는데, 올 시즌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달 18일까지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9패, 84이닝, 평균자책점 5.57로 부진하다 결국 불펜으로 물러났다.

불펜에서 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던 최원준은 약 한 달 만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최원준의 대체자로 선택했던 최승용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고, 5선발로 생각했던 김동주마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가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 2개가 생겼다.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 외에 로테이션을 돌 투수가 부족했고, 결국 최원준에게까지 기회가 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번 등판이 곧 최원준의 선발 복귀를 뜻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선발 마운드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원준이 좋은 결과를 내면 한번 더 기회를 잡을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최원준은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5이닝 59구 4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KIA 타선은 두산 에이스 곽빈을 6일 경기에서 3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뜨릴 정도로 최근 뜨거웠다. 최원준은 그런 KIA 타선을 노련하게 요리하며 눈도장을 찍었고, 시즌 3승까지 수확했다.

▲ 물집을 확인하는 최원준 ⓒ곽혜미 기자

불펜에 있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서일까. 최원준은 직구 최고 구속 143㎞, 평균 구속 140㎞를 기록하며 평소보다 힘 있게 공을 뿌렸다. 직구(27개)에 슬라이더(19개), 커브(8개), 체인지업(5개) 등을 섞은 효과를 봤다.

KIA 타선은 3회초 1사 후 김태군이 우익수 안타로 출루할 때까지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모처럼 잡은 1사 1루 기회에서는 최원준이 2루수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흐름이 끊어졌다.

우익수 조수행의 도움도 컸다. 최원준은 4회초 2사 후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최형우에게 우익수 뜬공을 허용했는데 발빠른 조수행이 전력질주한 덕분에 담장 바로 앞에서 타구를 처리할 수 있었다.

5회초는 최대 위기였다. 2사 후 오선우와 김태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는데, 최원준이 우익수 쪽으로 뻗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이 공이 빠지면 장타로 연결될 수도 있었는데, 조수행이 또 한번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지켜줬다. 경기를 중계하던 김태형 해설위원이 "조수행 쪽은 (공이) 뜨면 포기해야겠다"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물집이 최원준의 인생투를 막았다. 5회까지 투구 수가 59개에 불과해 최소 6이닝 투구는 가능해 보였다. 최원준은 6회초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하다가 오른손 중지에 생긴 물집이 벗겨지자 트레이닝 코치를 불렀고, 곧장 김명신과 교체됐다.

▲ 양현종 ⓒ곽혜미 기자

# 양현종 9년 연속 100탈삼진 대기록, 그러나 10연승 부담은 못 지웠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은 이날 팀의 10연승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섰다. KIA는 무려 14년 만에 10연승에 도전했다. 마지막 10연승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 기록했다. 해태에서 KIA로 모기업이 바뀐 후 첫 우승을 차지한 역사적 시즌이었다. KIA는 그해 7월 3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8월 12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10연승을 질주했다.

양현종은 6이닝 90구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KBO 역대 3번째 9년 연속 100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하는 영광도 안았다. 양현종에 앞서 이강철(1989년~1998년 10년 연속), 장원준(2007년~2018년 10년 연속, 2012~2013년은 군 복무)만 보유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타선이 좀처럼 도움을 주지 못했고, 양현종은 시즌 8패(7승)째를 떠안았다.

두산 타선은 양현종을 상대로 대량 득점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출루하며 괴롭혔다. 그러다 2회말 양석환이 포문을 열었다.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홈런을 날려 1-0 리드를 안겼다. 풀카운트에서 몸쪽 높이 들어온 직구를 받아쳤다.

4회말 두산은 힘겹게 한번 더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허경민이 좌익선상 2루타로 물꼬를 텄다. 다음 타자 박계범이 희생번트를 시도하다 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기나 싶었지만, 1사 2루에서 조수행이 포수 앞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번트 안타로 출루하며 흐름을 이어 갔다. 이어 1사 1, 3루에서 정수빈이 1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3루주자 허경민이 득점해 2-0으로 달아났다.

▲ 김인태 ⓒ곽혜미 기자
▲ 김강률 ⓒ곽혜미 기자
▲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최원준 급작스런 교체에도 버틴 불펜…7회말 대타 김인태 '천금 추가점' 뽑았다

두산 불펜은 최원준이 급작스럽게 마운드에서 내려간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6회부터 김명신(1이닝)-김강률(1이닝)-박치국(⅔이닝)-정철원(1⅓이닝)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두산 타선은 7회말 양현종이 내려간 뒤 KIA 불펜을 공략해 추가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조수행이 투수 왼쪽 번트 안타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고,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KIA는 김대유에서 윤중현으로 마운드를 바꿔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2사 2루까지는 버텼다.

두산은 그러자 대타 김인태 카드를 꺼냈고, KIA는 장현식으로 마운드를 한번 더 바꿨다. 김인태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타석의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우전 적시타를 날려 3-0으로 거리를 벌린 뒤 대주자 강승호와 교체됐다.

8회초 KIA가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최원준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두산을 압박했다. 박치국은 박찬호와 김도영을 각각 좌익수 뜬공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2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결국 두산은 마무리투수 정철원 카드를 일찍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철원은 베테랑 타자 최형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급한 불을 껐다.

▲ 최형우 ⓒ곽혜미 기자

# KIA가 무득점이라니

KIA 타선은 끝까지 두산을 상대로 단 한 점도 뽑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KIA는 지난달 24일 수원 kt 위즈전부터 6일 잠실 두산전까지 9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팀 타율 0.351, 6홈런, 38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KIA는 이날 산발적으로 장단 6안타를 때리긴 했지만,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에게 막혔던 흐름을 뒤집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KIA는 9회초 선두타자 소크라테스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했지만, 김선빈이 유격수 병살타에 그치면서 끝내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 이승엽 ⓒ곽혜미 기자

# 승장 코멘트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최원준이 약 한 달 만의 선발 등판에서 제 몫을 다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14/18)을 높게 가져가며 자신있게 공을 뿌렸고, 왼손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4,5회 연이어 나온 조수행의 호수비가 아주 큰 힘이 됐다"고 총평했다.

이어 "6회부터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불펜 투수들도 칭찬하고 싶다. 포수 양의지와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호투했다. 타석에선 양석환이 몸쪽 꽉찬 공을 기술적으로 받아쳐 좌월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경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고 7회 나온 김인태의 적시타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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