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더러운 폭탄’…미, 우크라에 열화우라늄탄 지원 결정

선명수 기자 2023. 9. 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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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키이우 방문…우크라에 10억달러 규모 추가지원 약속
열화우라늄탄, 방사성 먼지·독성 물질 일으켜 ‘유해성 논란’
국제법상 금지 무기 아냐…지난 3월 영국이 먼저 지원하기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6일(현지시간) 키이우 대통령궁에서 이날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지원 계획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더러운 폭탄’으로 불리는 열화우라늄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전차를 관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폭발 과정에서 방사성 먼지와 독성 물질을 발생시킨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이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1년 만에 방문해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진행 중인 반격에서 최근 몇주간 진전이 있었다”며 “추가적인 지원이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추진력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약속한 무기 지원 패키지에는 올가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에이브럼스 전차 31대에 장착될 120㎜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됐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나 원자로 연료 등을 제조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남은 우라늄 폐기물(열화우라늄)을 탄두로 해 만든 포탄이다. 철갑탄에 비해 관통력이 2배 이상 강해 대전차용 포탄으로 사용된다. 냉전 시절 미국이 소련의 T-72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개발했으며, 미국은 1991년 걸프전과 1998년 코소보 전쟁, 1999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등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도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6월 시작된 대반격에서 러시아의 요새화된 방어선을 돌파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소량 포함하고 있고, 폭발 과정에서 생기는 분진의 화학적 독성으로 인해 유해성 논란이 적지 않은 무기다.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일부 지역에서 암 발병과 선천적 기형 초래,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으며, 일부 환경단체들은 걸프전에 참전한 미군에게서 나타난 각종 건강이상 증세인 ‘걸프전 증후군’의 원인이 열화우라늄탄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해성에 대한 견해가 엇갈려 국제법상 금지 무기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열화우라늄탄이 발암 위험과 신부전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지만 암 유발의 근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앞서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나토 회원국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했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이 핵이 포함된 무기를 지원한다고 주장하며 ‘핵 충돌’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고, 영국 정부는 이 무기가 핵과 무관하다며 맞섰다.

미국은 앞서 지난 7월에는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할 수 있어 전 세계 120여개 국가가 사용 금지 협약에 서명한 집속탄을 일부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이 키이우에 도착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 코스티안티니우카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최소 1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사상자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평화로운 도시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블링컨 장관이 키이우에 도착하기 불과 몇시간 전 러시아군의 탄도미사일이 키이우를 향해 발사됐으나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요격됐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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