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신형 휴대폰에 SK하이닉스 칩”…SK ‘화들짝’
미국의 기술 수출 규제에 구멍…블룸버그 보도에 “경위 파악 중”
출시 당시 중 “포위망 뚫고 승리”…NYT “첨단 기술통제 시험대”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뚫고 개발돼 화제를 모은 중국 화웨이의 5G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SK하이닉스가 경위 파악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대중국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7일 보도했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이 스마트폰의 부품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SK하이닉스 제품은 이례적인 글로벌 업체 부품이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 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전면 부과되기 시작한 2020년 전에 축적해둔 부품을 활용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면서 “2020년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도입된 후 더는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경로로 SK하이닉스 부품이 들어가게 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난 뒤 곧바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하고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달 말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로 개발한 칩이 장착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 스마트폰의 개발 성공을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중국이 기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정부는 2020년 5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을 자국 내에서 해외로 확대했으며, 8월에는 반도체의 우회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세계 20여개국에 있는 화웨이 계열사들 또한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2020년 10월 출시한 메이트40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5G 스마트폰 생산을 하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는 화웨이와 SMIC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공화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에 내장된 반도체 칩은 미국의 기술 없이는 생산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SMIC가 수출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상무부는 화웨이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중국이 저사양 반도체칩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레거시(구형 공정) 반도체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를 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주무부처 수장인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지난주 방중 직후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출시가 나온 것과 관련, “이 타이밍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기술 역량을 단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은하·김상범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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