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내국인·원룸형은 불법’ 공유숙박…“규제 개선” 목소리 커지나
A씨는 조만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낼 계획이다. 인원이 5명이라 방을 여러 개 잡아야 하는 호텔은 선택지에서 뺐다. 에어비앤비에 검색해보니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소가 다양하게 떴다. 그중 깔끔하고 아늑해 보이는 단독주택을 예약했다. 하지만 A씨가 가는 숙소는 엄밀히 ‘불법’이다. 현행법상 농어촌 지역이나 한옥이 아닌 이상 도심에서는 내국인을 상대로 공유숙박 영업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행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공유숙박 관련 법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공유숙박시설을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농어촌민박업’ 또는 ‘한옥체험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제도는 2011년 폭증하던 중국인 관광객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진흥법에 추가됐다. 외국인이 한국의 가정집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내국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주거지 일부를 손님에게 빌려주는 개념이라 호스트가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는 요건도 있다. 이는 농어촌민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오피스텔 등 원룸형 주택은 등록할 수 없다. 내국인이라도 도심에서 합법적으로 공유숙박을 할 수 있는 길이 있긴 하다. 토종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이 2020년부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서울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 중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인지도 높은 글로벌 플랫폼 에어비앤비 같은 경우 법과 현실이 괴리돼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이탈리아 피렌체, 프랑스 파리 주요 도시들은 에어비앤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숙박 공유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면서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사실상 뉴욕 주민이 관광객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행위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소음, 쓰레기 등 지역주민들의 불만도 규제 강화 배경 중 하나다. 다만 에어비앤비 측은 외국과 국내 현실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동북아 커뮤니케이션총괄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파리 같은 도시에선 에어비앤비가 굉장히 활성화된 상태에서 부작용들을 보완하는 단계”라며 “반면 한국은 단 한 번도 규제가 개선된 적이 없어 활성화 단계도 거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한 내국인 도심 공유숙박 허용 지역을 서울에서 부산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문화·도시·농촌·복지·기술 등 워낙 다양한 부처의 정책이 얽혀 있고, 기존 숙박업계가 공유숙박 규제 완화에 반발하고 있어서 어느 수준의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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