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대부분 타자들 다 무너뜨렸는데…” 현지 중계진 탄식, 포수에 문제 있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7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시엄에서 열린 오클랜드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등판한 류현진(36‧토론토)의 하나의 변화와 마주했다. 그간 류현진과 호흡을 맞췄던 포수 대니 잰슨이 부상으로 이날 경기는 공을 받을 수 없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그후 올해까지 10시즌을 뛰면서 총 13명의 포수와 호흡을 맞췄다. 가장 많은 이닝을 함께 한 포수는 LA 다저스 소속 시절 단짝이었던 A.J 엘리스다. 엘리스와 류현진은 41경기에서 245이닝을 함께 했다. 그 다음이 바로 토론토 이적 후 팀의 주전 포수로 만난 대니 잰슨이다. 잰슨과도 41경기에서 215⅓이닝을 같이 싸웠다.
명필이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투수와 포수는 배터리라고 묶일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사실 상대 타자의 장점은 이미 전력 분석에서 충분히 제공하는 만큼 어떤 포수든 잘 알고 있다. 다만 투수의 장점과 단점, 투수의 심리 상태를 읽는 리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투수가 이 상황에 무슨 공을 던지고 싶은지도 알고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테일러 하이네만은 7일 류현진과 첫 호흡을 맞췄다. 그간 토론토는 류현진의 등판 때는 잰슨을 일부러 맞추는 듯한 인상도 있었다. 물론 잰슨이 주전 포수이기는 하지만 류현진 등판 전날에 휴식을 주는 방식의 포수 운영 방식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이네만과 류현진의 호흡도 이날 경기의 큰 관전 포인트였다. 잰슨이 당분간은 경기에 못 나오는 만큼 앞으로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류현진은 5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기록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이네만도 프레이밍 등에 최선을 다했다. 비록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기록했지만 류현진도 경기 후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해 그렇게 큰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이네만에 대해서도 불평이 없었다.
포수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대목도 있기는 했다. 1-0으로 앞선 4회 페레즈에게 투런포를 맞은 것, 그리고 이날 세 개의 도루를 허용한 대목이다. 다만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중계진은 포수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전체적인 결과도 나쁘지 않은데다, 세부적으로 아쉬운 부분 또한 하이네만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3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한창 좋을 때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구종의 구속 차이를 이용한 피칭이 워낙 좋았다. 이날 오클랜드는 우타자를 대거 배치했으나 류현진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인지업이 우타자 바깥쪽으로 잘 떨어졌고, 커브와 패스트볼을 섞으며 오클랜드 타자들을 상대했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아예 커브나 포심에 대한 노림수를 가지고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구속 차이로 이를 극복했다. 시속 100㎞ 정도의 커브에, 그 다음 145㎞의 패스트볼이 돌아오자 타자들이 얼음장처럼 굳어 버렸다. 이날 루킹 삼진들이 그런 과정 속에서 나왔다. 젊고 운동 능력이 좋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오클랜드 타자들이 읽기는 힘든 수싸움이었다.
그러나 4회 선두 루커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흔들렸다. 먼저 2S를 잡았기에 아쉬운 대목이었다. 2B-2S에서 던진 5구째 체인지업이 보더라인에 걸치기는 했으나 루커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스포츠넷’의 해설자 조 시들은 이 상황에 대해 “루커가 잘 쳤다”고 평가했다. 몸쪽과 낮은 쪽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마지막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조금 밋밋하게 떨어진 공을 하드히트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2사 후 페레즈의 홈런도 1B-2S에서 결국 홈런을 얻어 맞았다. 1B-2S에서 커브를 떨어뜨리며 눈을 흔든 류현진은 몸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런데 페레즈가 이를 잘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시들은 이 상황에 대해서도 낮은 쪽 커브와 바깥쪽 체인지업을 모두 보여줬고, 하이네만이 몸쪽 패스트볼로 승부를 거는 건 합리적인 선택으로 봤다. 다만 시들은 “하이네만이 요구했던 코스보다는 약간 더 아래로 들어갔다”고 했다. 오히려 이것이 페레즈의 히팅 존에 걸렸다는 의미였다. 포수의 문제도 아니었고, 투수도 던질 수 있는 존에 공을 던졌다. 류현진 또한 경기 후 이 공에 대해 “실투가 아니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들은 “글쎄, 류현진은 오늘 오클랜드의 거의 대부분 타자들의 밸런스를 흔들었다”면서도 “그는 카를로스 페레즈에게 던진 딱 하나의 투구만 되돌리고 싶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이 공 하나가 오늘 결과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도루를 세 개 허용한 것에 대해서도 상대 주자가 잘한 것일 뿐, 포수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스포츠넷’ 해설진의 결론이었다. 이날 시즌 57호, 58호 도루를 모두 성공시킨 에스터리 루이스의 도루 상황에서는 “빅 리드, 굿 점프”라고 평가했다. 실제 루이스의 리드폭이 굉장히 길었고, 워낙 빠른 선수라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시들은 “하이네만이 포수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안 됐다”고 두둔했다. 오히려 다음 경기에서의 호흡도 기대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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