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펜‧그랜트와 조던의 만남, 시카고 1차 왕조의 서막

김종수 2023. 9.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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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않는 서사, 완벽했던 조던의 스토리②

 

나는 연습에서든 실전에서든 이기기 위해 농구를 한다. 그 어떤 것도 승리를 향한 나의 경쟁적 열정에 방해가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

마이클 조던의 연습이라면 돈을 내고서라도 보겠다. -래리 브라운-

마이클 조던(60‧198cm) 스스로도 밝혔다시피 그를 축으로한 당시 시카고 불스의 훈련은 연습인지 실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치열했다고 한다. 내기광으로도 유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던이라는 인물은 크건 작건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지는 것 자체를 병적으로 싫어했던 승부욕의 화신이었다.


만약 그가 개인 스포츠 종목 선수였다면 누구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특별히 누군가를 돌봐주는 성격도 아닌지라 그저 본인만 미친 듯이 열심히 했을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농구는 단체 스포츠다. 특출난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동료들이 따라주지않으면 승리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던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동료들을 쉴새없이 채찍질했고 결과적으로 본인도 잘됐고 팀도 잘됐다. 대표적인 특혜(?)를 받은 선수가 스카티 피펜(58‧203cm)과 호레이스 그랜트(58‧ 213cm)다. 1987년 드래프트에서 5순위와 10순위로 뽑힌 그들은 꽤 높은 지명 순위에서도 알수 있듯이 특급까지는 아니었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수준급 유망주들이었다.


이들을 조던이 놓칠리가 없었다. 자신보다 선배 혹은 노장들같은 경우는 이른바 갈궈서 성장시키는 것에 분명 한계가 있었다. 발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질뿐더러 간섭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 루키는 다르다. 아무리 기세고 반항아적인 기질을 가지고있다해도 팀내에서 영향력이 큰 선배가 리드를 하면 대부분은 싫든좋든 따른다.


더불어 그러한 리드가 길게 이어질 경우 어느새 해당 후배에게도 선배의 스타일이나 팀 고유의 색깔이 심어지기 십상이다. 둘은 입단하기 무섭게 조던이 만들어놓은 전장에서 실전같은 훈련을 거듭했고 그로인해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기량을 끌어올리는게 가능했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한다고 피펜, 그랜트같은 선수가 되지는 않는다. 본래부터 타고난 재능에 조던이 불을 붙여줬다고 보는게 맞겠다.


아칸소 주 햄버그 출생으로 12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던 피펜은 조던보다도 더 대기만성형 선수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의 키는 약 175cm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특별히 운동신경이 뛰어나거나 센스가 돋보이지도 않았다. 당연히 그를 주목하는 이들은 없었고 대학조차 NCAA가 아닌 NAIA라는 네임밸류 낮은 리그 소속팀 센트럴 아칸소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당시 고교 감독이 자신의 대학 은사에게 피펜을 받아달라고 하소연해서 겨우 성사되었다. 나중에 피펜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선수도 아닌 팀 매니저로 합류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후 선수로 경기에 나서기는 했으나 그곳에서도 1학년때 성적이 평균 4.3점, 3리바운드였던지라 향후 NBA에서 뛸 것이라고는 본인 조차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던이 그랬던 것처럼 피펜에게도 반전이 찾아왔다. 대학 2학년을 기점으로 키가 쑥쑥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농구는 사이즈의 스포츠다. 평범한 선수도 15cm이상 신장이 커지면 이전과 전혀 다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자신감이 붙은 피펜은 2년 연속으로 NAIA 올 아메리칸에 선정됐고 일부에 한정되기는 했으나 그를 주목하는 관계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중에는 제리 크라우스 시카고 단장도 있었다. 이후 피펜은 워크아웃을 통해 각구단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전체 5번이라는 높은 순번으로 지명받게된다. NAIA 소속 무명의 기대주가 워크아웃만으로 주목을 받고 5순위로 선택된 것은 역대 NBA 역사를 통틀어서도 매우 드문 경우였다.


어쨌거나 크라우스는 일관되게 피펜을 욕심냈으며 이를 입증하듯 시애틀과의 협상을 통해 드래프트 직후 트레이드로 데려와 품에 아는데 성공한다. 당시 드래프트가 시카고 입장에서 대박인 것은 향후 역대급 스몰포워드로 성장할 피펜에 더해 알토란같은 파워포워드 그랜트까지 챙겼다는 사실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고글 쌍안경, 쌍둥이 농구선수 등으로 유명한 그랜트는 블루워커 빅맨으로서 당대를 호령한 수준급 4번이다. 

 


단순히 궂은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닌 높은 BQ를 바탕으로 전술 이해도도 좋았으며 거기에 더해 잔실책이 적고 받아먹기에 능했다. 그야말로 에이스형 선수들이 선호하는 파트너로서 인기가 좋을 스타일이었다. 혼자서 팀의 승패를 좌우할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좋은 팀의 조각으로서의 가치가 높았다고 보는게 맞다.


사실 불스는 처음에는 그랜트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 몇 년 후를 바라보고 팀 플랜을 짜고있던 상태에서 든든한 빅맨이 필요했는데 에이스인 조던은 자신의 모교 출신 센터 기대주 조 울프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불스 스카우터들이 대학 경기를 보러갔다가 그랜트에게 푹 빠져버리게 되었고 크라우스 단장을 설득하면서까지 그랜트를 선발한다. 당시만해도 다소 높은순위에 뽑힌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가 됐다.


피펜과 그랜트 모두 조던의 전쟁같은 훈련 방식으로 인해 기량이 일취월장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소 달랐다. 피펜은 강성이었다. 혹독한 무명시절을 겪어서인지 성공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고 이를 입증하듯 조던이 독하게 몰아붙이면 독하게 받아치며 견디어 냈다. 이런 피펜의 성향을 조던은 좋아했다.


NBA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전투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던과 피펜의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조던이 전형적인 슈퍼 에이스라면 피펜은 이것저것 평균 이상으로 두루두루 잘하는 다재다능함이 빛났다. 그로인해 공격시 서로간 궁합이 상당히 좋았다.


진짜 시너지는 수비였다. 조던의 수비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최고중의 최고로 평가받는다. 역대급 공격력(+클러치 능력)이 워낙 돋보여서 그렇지 수비력 또한 당대 탑이었다. 피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개인 수비력은 말할 것도 없고 팀수비에도 능했다. 어찌보면 피펜은 수비가 안좋을 수가 없다.


연습때마다 조던을 상대로 수비 훈련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조던과 피펜은 빠른발과 센스는 물론 포지션 대비 파워도 좋았던지라 상황에 따라 1~4번까지 수비가 가능했다. 앞선에서부터 질식 수비로 상대를 숨막히게하고 서로 매치업 상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않고 압박이 가능했던지라 스위치 전략도 통하지않았다.


그랜트같은 경우 피펜과는 성향이 많이 달랐다. 섬세하고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였던지라 거침없는 조던의 언행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로인해 한번씩 조던에 대한 감정이 크게 쌓였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조던의 리더십이 나온다. 조던은 자신만의 세계가 공고하고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이지만 선수들의 다양한 성향도 인정해준다. 단 본인 기준 농구를 똑바로 한다는 전제하에.


천하의 데니스 로드맨도 적절하게 컨트롤해가면서 함께간 인물이 그랜트를 감당못할리 없었다. 다행히(?) 그랜트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농구에 있어서는 무척 똑똑한 선수였다. 때문에 한번씩 돌발적으로 그랜트가 불만을 표시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고 한다. 조던, 피펜만큼 독종 성향은 아니었으나 그랜트는 1차 3연패까지 함께한 빅3중 한명이다. 상대적으로 유약해보였을뿐 멘탈 자체는 튼튼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시카고에서 버티고 적응해 나간게 이를 입증한다.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한다. 그러나 팀워크는 우승을 가져온다. -마이클 조던-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호레이스 그랜트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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