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니 1주기’ 앞둔 이란, 고인의 삼촌 경찰에 체포…가족 “끌려간 곳 몰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1주기를 앞두고 이란이 시위 단속 고삐를 조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이란 보안군은 아미니의 삼촌을 체포했다. 한 소식통은 “어제 보안군이 법원 명령 없이 그의 차와 집을 수색한 뒤 체포했다”면서 “가족은 그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당국이 아미니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대규모 시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6일은 아미니가 사망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란 각지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반정부 시위가 번졌으며 최근까지도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는 등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인권단체 추산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 71명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란 당국은 1주기에 열리는 모든 모임을 저지하기 위해 탄압을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시위 진압으로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이 감시 대상이 됐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쿠르드인권네트워크는 이란 당국이 최근 몇주 동안 유가족을 소환하거나 위협, 체포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유족은 아미니의 기일에 모이지 말라고 위협당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란 당국이 지난달 희생자의 유족을 자의적으로 체포 및 구금하고, 무덤 앞에서 추모 모임을 갖는 것을 제한하고 묘비까지 파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아미니 유족의 변호인도 ‘체제에 반하는 선전’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이어져 온 격렬한 시위에도 최근 70개 조항으로 구성된 히잡법 초안을 내놨다. 초안은 “나체 노출, 순결 부족, 히잡 미착용, 불량한 옷차림, 공공예절에 어긋나는 행위로 인해 평화를 교란하는 행위”를 규정 위반 사항으로 명시했다. CNN에 따르면, 히잡 미착용은 징역 5~10년형과 최대 벌금 3억6000만이란리알에 처할 수 있다. 이전에 각각 10일에서 2개월의 징역형과 5만~50만이란리알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히잡법을 이행하지 않는 조직의 관리자도 처벌될 수 있다. 유엔은 히잡법 초안이 “여성들을 완전히 복종시키기 위한 젠더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분리정책)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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