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정식 서명…한국산 자동차 무관세 수출
한국과 필리핀이 7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아세안 자동차 수입 1위 국가와의 FTA 체결로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확보되고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불리했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Alfredo Espinosa Pascual)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필리핀 FTA에 정식 서명했다. 2021년 10월 한-필리핀 FTA가 타결된 지 2년 만이다.
필리핀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세안 자유무역지대 등 다자간 FTA의 체약국이다. 양자 FTA의 경우 2008년 발효된 필리핀-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1000만 명으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소비 잠재력이 큰 국가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교역 규모는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이 중 수출은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다.
또 필리핀은 우리나라가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한 니켈, 코발트 등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니켈 생산량 세계 2위, 코발트 생산량 세계 4위 국가인 자원부국이기 때문에 필리핀과의 협력이 갖는 의의가 크다.
이번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필리핀에 대해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대해 96.5%의 관세를 철폐하게 됐다.
특히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내 자동차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순으로 일본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 왔다. 일본은 필리핀과 체결한 EPA를 통해 승용차(관세율 20%)를 제외한 화물차 등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가 0%다.
한국산 자동차는 기존 관세율이 5%였지만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관세율이 3~30%이던 자동차 부품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철폐돼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기존 관세율 5%)도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아울러 △가공식품(관세율 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등의 15년 관세철폐로 한류와 함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우리 주요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도 강화된다.
우리측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체결 FTA인 한-아세안 FTA와 RCEP 등 범위 내에서 양허해 기존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필리핀 관심 품목인 바나나(관세율 30%)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양국은 한-필리핀 FTA 내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도입하고 세부 사항을 규정한 이행약정을 별도로 마련했다. 백신·기후변화·문화 등 분야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희소금속 가공, 혁신 생태계, 문화 산업, 영화,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등 유망 전략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정부는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필리핀과 FTA 체결을 통해 아세안 국가 중 다섯 국가와 FTA 관계를 맺게 됐다. 이들 다섯 국가와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2022년 기준 전체 아세안과의 교역액의 91%에 달한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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