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서운중학교, 남사당놀이 전수… 작지만 강한 학교 [꿈꾸는 경기교육]
알찬 체험교육… 대한민국 미래 인재 쑥쑥
우리 학교를 소개합니다 안성 서운중학교
맑은 공기 속에 눈을 뜬 아이들이 학교로 가는 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를 졸업해 중학교로 이어진 아이들이 평생의 가장 소중한 인연을 쌓아가며 꿈을 키운다. 주변으로는 생생한 체험의 현장이 자리하고, 등굣길은 지역 작가들의 미술 작품이 반겨준다. 꿈의 크기만큼 우거져 학생들의 쉼터가 되는 나무가,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푹신한 잔디운동장이 켜켜이 쌓아온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푸르름으로 아이들을 반기는 곳, 안성 서운중학교다. 서운중은 1973년 문을 열었다. 벌써 50년의 세월 동안 작지만 강하고, 알찬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4천여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지금은 50명의 아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하고 있다. 서운산 아래 길한 기운을 품은 구름을 지닌 학교인 서운중은 인구 급감으로 인한 학교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예술과 체험이라는, 작은 학교가 살릴 수 있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며 지역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사당놀이 전수학교’
서운중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는 ‘남사당놀이 전수학교’라는 점이다.
남사당놀이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공연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풍물부터 탈춤과 꼭두각시놀음 등 민중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해낸 최초의 공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성은 이런 남사당놀이의 유래가 됐던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서운중이 자리한 서운면 천룡사 인근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사당놀이 극단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서운중은 이러한 지리적 여건을 기반으로 남사당놀이 전수학교로 인정받아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 남사당놀이를 배우고 익히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해 가고 있다. ‘교육과정 특성화를 통한 예술·생명이 살아 숨쉬는 학교 만들기’의 시작이 바로 이 남사당놀이이기도 하다.
방과후학교, 창의적체험활동, 음악수업 등을 남사당놀이와 연계한 서운중은 남사당 전수프로그램을 통해 농악대부터 가면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교생이 남사당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1학년 자유학기제 예술수업시간은 물론 음악 수업시간을 통해 풍물놀이에 쓰이는 장단과 여러 악기를 배우고 상모돌리기, 버나 돌리기, 판굿 등을 익힌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남사당 풍물반과 함께 초·중등 연합 특별 수업도 진행한다. 인근 초교 학생들이 졸업해 서운중으로 진학하는 만큼 미리 학교를 체험하고 선·후배간 우정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남사당놀이는 각종 대회 수상이라는 성과도 냈다. 안성시 청소년종합예술제 최우수상, 경기도 청소년종합예술제 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안성 지역축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공연도 하며 지역사회와도 호흡하고 있다.
■ 진정한 체험학습 실현… 지역 봉사로 이어지는 체험교육
서운중은 넓은 교정에서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실천하고 나누는 교육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체험활동 중 하나는 텃밭에서 작물 기르기 활동이다. 서운중 학생들은 3월이면 생태 전환 수업을 받으면서 기후 위기 대응 실천 약속 정하기 활동을 한다. 4월에는 마을공동체와 함께 학교에 있는 텃밭과 고랑을 만들고 씨감자를 파종한다. 5월이면 고추, 토마토, 가지, 쌍채소, 호박 등의 모종을 파종하고 6월에는 감자와 밤을 수확한다. 7월에는 텃밭 작물과 매실을 수확하고, 9월에는 밭고랑을 만들어 배추나 무 모종도 키운다.
텃밭 체험활동의 대미는 김장 체험이 장식한다. 11월이면 학생들은 직접 기른 배추를 수확해 절이고 헹궈 김장을 준비한다. 전교생이 학년별로 직접 수확한 작물들을 활용해 양념도 만들고 버무리며 정성껏 김치를 담근다. 이렇게 만든 김장김치는 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전달된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먼저 서운중의 김장 날짜를 기다릴 정도로 지역 축제로 자리했다.
서운중의 체험활동은 대도시의 다른 학교들과 비교할 때 살아있는 진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체험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까지 이뤄진다. 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생태체험 교육을 하고, 이를 통해 얻어낸 성과를 다시 마을 주민들과 나누며 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배워가는 셈이다.
■ 가족 같은 교사와 학생… 열정적 지도 속 자라는 인재들
서운중은 소규모 학교인 만큼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뜰히 챙길 수 있는 구조기도 하다. 그만큼 학생들은 교사를 존경하고 신뢰하며 따르고,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 속에서 서운중의 교육 목표처럼 ‘큰 꿈을 품고 미래를 개척하는 서운인’으로 성장해 간다.
학생 자치회의 기획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체육대회를 열기도 하며 전교생이 함께하는 1박2일 놀이공원 체험학습을 통해 추억을 쌓기도 한다. 또 쉬는시간이면 학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중앙현관과 조회대에 학생 쉼터 공간을 마련했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육 행사도 열린다.
작은 학교 서운중이 이 같은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유능한 교사들이 있어서다. 미술교사는 등굣길은 물론 학교 틈새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열고, 과학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다양한 수업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수학교사는 학원 등이 많지 않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방학 때면 별도의 수학 수업을 열어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도 돕고 있다.
인터뷰 이정숙 교장
“교직원 열정 모아… 학생이 행복한 학교 가꿀 것”
“열정적인 교사들과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며 행복하게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이정숙 교장은 서운중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1995년 서운중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그는 2018년 서운중 교감을 거쳐 현재 교장으로 근무 중이다. 교사부터 교감, 교장까지 서운중에서 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서운중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 교장은 농촌 소규모 학교가 지닌 어려운 면이 있는 만큼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지, 교사들의 역량을 어떻게 더 키워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 나가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등교맞이를 하는 이유도 학생들과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기 위해서다.
이 교장은 “서운중이 지역사회에서 유일한 중학교이다 보니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관심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계신다”며 “1년간 연결해 진행하는 생태교육을 통해 텃밭에서 작물을 수확하고, 이것으로 김치를 담가 지역사회 기관들과 나누는 것 역시 이러한 관심에 보답하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하나라는 걸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운중은 교육공동체가 하나가 돼 지성·인성·감성교육으로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존재의 가치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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