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우크라 방문 중 러 '대낮 시장 공습'으로 최소 17명 사망

2023. 9.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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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열화우라늄탄 포함 10억 달러 추가 지원안 발표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1조 원이 넘는 추가 지원안을 발표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의 한 시장이 대낮에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적어도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꿔 우크라이나 인근 자국 영토에서 무인기(드론) 잔해가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인용해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 인접한 도네츠크주 코스티안니티우카 시내 시장 한복판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져 최소 17명이 죽고 3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에 따르면 해당 공격으로 상점 20곳, 행정기관, 아파트 등 건물 수십 채가 파괴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찾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격을 당한 지역이 "민간인 지역"이며 "근처에 어떤 군부대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전선 방문 당시 이 지역에도 여러 차례 들른 적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해당 지역 보안카메라(CCTV) 영상을 보면 이날 오후 2시께 다수의 주민들이 시장을 둘러 보고 있고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 가운데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폭발과 동시에 주변 건물이 파괴됐고 주민들은 혼비백산해 대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과 함께 올린 게시글에서 폭발 지점이 "상점과 약국이 있는 상설시장"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를 "악마"라고 비난하며 "누군가 여전히 러시아와 무언가를 협상하려 시도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현실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동부 바흐무트에서 27km 가량 떨어진 이 지역은 이전에도 수차례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아파트에 미사일이 떨어져 주민 6명이 사망했고 5월에도 로켓 공격으로 2명이 숨졌으며 7월에는 집속탄 탓에 어린이 3명이 죽었다.

이날 공격은 블링컨 장관의 키이우 방문 도중 이뤄졌다. 6일 키이우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6억 6550만 달러(약 8891억 원)의 군사 및 민간 안보 지원을 포함해 10억 달러(1조3360억 원) 이상의 추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전쟁 시작 뒤 우크라이나에 430억 달러(57조 4480억 원)에 이르는 지원안을 쏟아 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의 50% 이상을 되찾았고 최근 몇 주 간 반격에서 진전이 가속화됐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지원은 이를 유지하고 더 큰 추진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이날 발표한 추가 지원안엔 에이브럼스 탱크에 장착될 120mm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됐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발전 혹은 핵무기용으로 우라늄을 농축해 추출한 뒤 남은 우라늄으로 만든 포탄으로 납의 1.7배에 달하는 밀도로 인해 전차의 철판 등에 대한 관통력이 높다. 그러나 약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 및 토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돼 왔다. 영국은 이미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이 포함된 탄약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영국 BBC 방송, <AP> 등은 6일 루마니아 국방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꿔 무인기 잔해가 루마니아 영토에서 발견된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앙헬 틸바르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다뉴브강 인근 툴체아 지역에서 "무인기 부품으로 추정되는 조각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조각이 야기하는 위험은 없으며 출처를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4일 러시아가 루마니아 국경과 접한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주 이즈마엘 인근을 공격하던 중 러시아 무인기가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토에 떨어져 폭발했다고 주장했지만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를 "단호히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다뉴브강의 루마니아 쪽 부분에서 시점과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는 영상 및 사진이 돌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던 상황이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6일 "해당 조각이 러시아 드론의 부품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루마니아 주권과 영토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용납될 수 없다"며 "우리는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나토 동맹국들과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곡물 수출 창구인 오데사 지역에 공격을 거듭해 인접한 루마니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즈마일은 지난 4일에 이어 6일 새벽에도 러시아 무인기 공격을 받아 1명이 사망하고 항구와 농업 기반 시설이 손상됐다.

루마니아는 나토 회원국으로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 헌장 5조의 보호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목숨을 잃으며 한 때 확전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해당 미사일은 이후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일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토는 6일 성명을 내 "루마니아에 대한 강한 연대"를 표명하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루마니아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의 시장이 러시아군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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