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정식서명...타결 선언 후 1년 10개월만

안덕근 통상교섭 본부장(오른쪽)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필리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 선언 후 1년 10개월여 만에 정식 서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이 ‘한-필리핀 FTA’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국회 비준을 거쳐 내년 상반기 발효되면 우리나라 자동차와 가공식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59국과 22건 FTA를 체결하게 됐다. 아세안 회원국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주로 다자간 FTA를 맺어온 필리핀으로선 우리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양자 간 FTA 체결다.

필리핀은 니켈 생산량 세계 2위, 코발트 생산량 세계 4위인 자원 부국으로 광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양국이 서로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구가 1억1000만명에 이르는 세계 12위 인구 대국으로 소비 잠재력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라며 “이번 한-필리핀 FTA 체결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자동차 시장은 지금까진 2008년 FTA 발효 후 관세 혜택을 받아온 일본 브랜드가 82.5%를 장악하고 있다.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는 즉시 국산 자동차에 붙는 5% 관세는 없어지고, 3~30%인 자동차 부품 관세는 5년 내 철폐된다. 국내에서 수출하는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 SUV와 카운티, 스타리아 등 상용차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공식품(5~10%)을 비롯해 인삼(5%), 고추(5%) 등 한류와 함께 인기가 높아지는 농수산물도 15년 안에 관세가 없어진다.

한편, 필리핀이 한국으로 수출을 확대하길 원하는 바나나는 현재 30%에 이르는 관세율을 5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다만 국내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기준 물량을 넘어서면 30% 관세를 재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10년 동안 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