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버려진 폐교,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

[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인구가 줄면서 지역 곳곳에 문 닫는 학교가 늘고 있죠.

이런 폐교가 문화 체험시설로 변신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미술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작품 설명에 귀를 기울입니다.

["따뜻한 가을 날에 행복을 즐기는 소녀들이예요."]

알록달록 화사한 색감과 동화 같은 이미지의 작품들.

미술관은 어느새 즐거운 놀이터가 됩니다.

[이수현/남원 용성초등학교 1학년 : "원래부터 여기가 폐교였다는 걸 들어서 으스스했는데 와보니까 자연 풍경과 안에 있는 미술 작품들이 좋아서 좋았어요."]

[강선영/남원 용성초등학교 교사 : "공간 자체가 학교랑 비슷하니까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막 바닥에 앉아서 감상도 하고..."]

남원의 한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든 박상호 화백.

오래된 학교 구석구석을 고쳐 전시와 체험 공간을 만들고, 지역 문화예술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박상호/남원 수지미술관 대표/한국화가 : "지역 주민들도 와서 쉼터로 생활하고 농사일이 힘들지만, 저녁에 무언가를 그리고 싶은 사람은 저한테 오시면 제가 그림도 가르치고 해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소장 작품만 천여 점, 전시 관련 전문 인력 등도 갖춰 남원시에서는 처음으로 1종 미술관에 등록됐습니다.

해마다 4차례 기획전을 열며 다채로운 지역 문화를 일구고 있습니다.

[이존립/전시 참여 작가 : "폐교를 활용하는 미술관들이 의외로 많이 있죠. 그런데 다른 데 가보면 사실은 한계점이 좀 있어요. 수지미술관은 너무 다른 형태로 이렇게 탈바꿈해 있어서 편안하게 감상하고 힐링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껍질을 벗긴 닥나무 섬유를 두들기고.

부드러워진 섬유 뭉치를 물에 푼 뒤 한지 뜨기를 시작합니다

["라이트 레프트 업 앤 다운. 오, 굿."]

한국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만들어 본 외국인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벤트/네덜란드 : "실제 종이를 만들다 보니 한국 전통에 대해 꽤 많이 경험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 장소와 전통 한지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이 한지체험관도 폐교였습니다.

17년 전 문을 닫은 뒤 방치됐던 초등학교를 한지체험관으로 만들어보자고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냈고, 지차체와 교육청이 힘을 보탰습니다.

학교와 관련한 사진과 기록을 전시한 공간은 사라진 학교를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곳입니다.

[김혜숙/닥나무한지체험관 팀장 : "지역 주민이라든가 졸업생분들이 가장 많이 좋아해 주시고, 환영해주시고요. 때론 이곳에서 소통도 하고 체험도 하시면서 굉장히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그런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폐교.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와 주민들의 노력 속에 문화시설로 재탄생하면서 지역민과 관람객에겐 다양한 문화 예술 향유의 시간을, 아이들이 떠나 침체된 지역에는 지속 가능한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VJ 이현권/종합편집:이주노/문자그래픽:전현정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