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오픈런' 하던 2030…이젠 '고려시대 간식'에 빠져든다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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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 전통 간식 '개성주악' 인기
'할매니얼' 열풍에 "오픈런·조기 품절"
"SNS 인증샷 대란, 유튜브 먹방 영향"
"고려시대 간식이 유행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잖아요.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6일 이른 오후 서울 강남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백화점 내 유명 '개성주악' 전문점에서 만난 한 20대 대학생은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보이길래 맛이 너무 궁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성주악은 고려시대 개성 향토 음식으로, 찹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해 둥글게 빚어 기름에 지져낸 떡에 즙청을 입혀 만든 전통 한과다.
젊은 층 사이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명 '어르신 감성'과 취향이 녹아든 전통 간식의 인기가 뜨겁다. 앞서 약과는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약게팅(약과와 티케팅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약과의 인기에 힘입어 달콤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개성주악도 관심받고 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지난달 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한 달간 '개성주악'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4.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이 검색된 연관 검색어 중에선 '웨이팅(262건)'이 눈에 띈다. 이날 만난 개성주악 전문점 직원들은 "약과가 유행하더니 이젠 개성주악도 '오픈런'이 필요하다"며 "요즘엔 특히 20~30대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개성주악은 인스타그램 등 SNS의 인증샷 문화를 통해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개성주악'과 관련된 게시물은 2만8000개에 달한다. SNS의 영향뿐만 아니라 여러 유튜버의 '먹방(먹는 방송)'으로 온라인상에 개성주악의 노출 빈도가 잦아진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떡·한과 전문점에서 개성주악을 판매 중인 직원은 "궁중 레시피 그대로를 반영해 만들고 있는데, '옛날 느낌 그대로의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유독 많이 찾는다"며 "TV 프로그램이나 SNS에 개성주악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유행하진 않았을 것 같다. 유행을 따라 호기심에 한 번 구매했다가 그 맛에 빠져서 꾸준히 구매하러 온다"고 전했다.
퓨전식 개성주악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점 직원도 "매일 5~6시간 만에 전체 메뉴가 동이 난다"며 "지방에서 몇시간 걸려서 오신 손님들에게 '품절됐다'고 말하면, 못 믿으시고 계속 인근을 서성이시다 '진짜 다 팔렸냐', '하나라도 남는 게 없냐'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개성주악 맛에 빠졌다는 이모 씨(24)는 "유튜브 먹방을 보다가 알게 됐다"며 "약과 같은 전통 디저트가 많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개성주악에도 관심이 생겼다. 실제로 먹어보니 맛있고 식감이 좋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26)는 "전통 간식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행하는 간식이라고 해서 한 번 사 먹게 됐다"며 "먹어보니 쫀득한 식감이 중독적이라서 그 이후로 개성주악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주악은 파는 곳마다 다르지만,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아니다. 오리지널 개성주악의 경우 평균 가격이 개당 2500~5000원으로 책정돼있고, 선물용으로 여러개가 포장된 경우 1만원대를 훌쩍 넘긴다. 하지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 "사 먹기에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모 씨(25)는 "가격대가 있지만 하나씩 사 먹기 좋은 간식이라 지출에 부담이 크다고 느껴지진 않는다"라며 "한 번의 경험에 5000원을 쓰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모 씨(29)도 "요즘 카페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등 디저트 가격대가 워낙 높다 보니, 이 정도는 엄청 비싼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맛보면 충분히 사 먹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2~3만원 투자해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통 간식의 인기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층 사이 디저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 신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유의 음식을 가져와 새롭게 만드는 사례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세대가 바뀌면서 옛날 먹거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음식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세대에게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 같고, 개성주악이나 약과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한 것처럼 앞으로 다른 한국 전통 간식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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