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 세력에 의해 계엄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41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던 고 이소선 여사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병훈 판사는 지난 1일 이 여사의 세 자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6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 청구 금액의 약 20%를 인정한 것이다.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렸던 이 여사는 아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뒤 아들의 동료들과 함께 1970년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들었다. 1980년 5월4일엔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연 시국 성토 농성에 초청받아 청계피복노조의 결성 경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 등을 주제로 연설했고, 닷새 뒤엔 노동자들의 초청을 받아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노동실태에 관해 강의했다. 이 여사는 600여명의 금속노조원과 함께 ‘노동3권 보장하라’ ‘민정이양하라’ ‘동일방직 해고근로자 복직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 후 계엄포고를 선포한 계엄군은 이 여사를 지명수배했고, 약 5달 뒤 체포해 서대문형무소에 구금했다. 같은 해 12월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 여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관할사령관의 재량으로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여사는 그로부터 41년 뒤인 202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후의 일이었다.
이 여사의 자녀들은 지난 1월 “망인은 위헌·무효인 계엄포고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1980년 10월 체포되어 63일간 구금됐다. 이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집행행위에 해당할뿐더러, 망인과 그 자녀인 원고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은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야만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바, 구 계엄법이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엄포고의 내용도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위헌·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망인과 그 자녀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은 명백하다”며 “국가는 망인과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원고들이 재심 판결 이후 국가로부터 총 21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은 각 560여만원으로 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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