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팀 구성에 "사형 처해야" 극언까지
정부여당 전방위 공세 나서…뉴스타파 JTBC MBC 기자 7명 고발
"취재윤리 위반 성찰 필요…이를 빌미로 정부여당 언론탄압 쿠데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검찰과 국민의힘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및 돈거래 사건과 관련 인용보도를 한 매체들에까지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고소고발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현 정부 들어 유례없는 언론과의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박승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보담당관이 7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SNS메신저로 전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알림'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은 “오늘(9. 7.)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팀을 두고 “반부패수사제3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반부패수사제3부 검사를 중심으로, 중앙지검 소속의 선거, 명예훼손 등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 10여명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려는 배경을 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져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를 함으로써,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중대사건에 대하여 신속, 엄정하게 수사하여 전모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김만배씨와 인터뷰 내용을 뉴스타파에 제보한 신학림 전 위원장, 뉴스타파와 JTBC MBC 기자 등 7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형까지 거론하는 등 극언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6일) JTBC의 부산저축은행 보도 관련 사과 방송을 들어 “사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물론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대선 조작공작 게이트는 단순한 흠집 내기 차원의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직적, 체계적으로 아주 치밀하게 기획된 대선 선거공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선거공작은 자유민주주의의 밑바닥에 커다란 싱크홀을 파버리는 사악한 짓이며, 이 사건은 정·경·검·언 사자유착에 의한 국민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 이틀 전이었던 지난해 3월7일 방송을 포함해 뉴스타파 보도를 70여 건 인용 보도한 MBC를 두고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고 했고, KBS, YTN에 대해서도 “역시 대선 공작에 놀아난 방송을 버젓이 보도했음에도 여전히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침묵한다고 절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MBC와 KBS, YTN 입장은 무엇인지 사과하고 진상조사와 법적 조치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오늘 중으로 밝혀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대선공작게이트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번에 드러난 대선공작 사건은 인터뷰를 조작하여 가짜뉴스를 만들고, 수혜 대상자가 이를 SNS에 올리고, 언론들이 이를 확산시킨 전형적인 선거 공작극”이라며 “그 배후에 정치권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선거공작꾼과 정치권, 불공정 언론으로 이루어진 삼각 카르텔을 철저하게 해체”해야 한다면서 “내일 대선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오전에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미디어정책조정위·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가 진상조사단과 함께 진상규명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과 여당이 총동원돼 비판언론 옥죄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를 빌미로 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 '정치공작' 작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기자 7명 고발을 두고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도대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윤석열 정권이 고발하고 압수수색한 언론인이 몇 명인가. 총선용 언론장악을 위해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낙인찍을 작정인가”라며 “언론탄압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고, 허무맹랑한 '대선공작' 프레임으로 정권의 무능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에 장단을 맞춰 관련 기사를 내놓은 언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고발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의 인터뷰와 보도가 오보이거나, 허위 사실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면 될 일”이라며 “하지만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권이 사실을 마음대로 정하고, 거기에 반하는 언론사들을 향해 폐간과 고발로 윽박지르는 지금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오후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김만배 인터뷰 사태로 촉발된 전방위적 정치공세와 언론탄압이 윤석열 정권 내내 자행될 비판 언론 죽이기이자, 언론자유를 곤두박질치게 할 폭거의 시작으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의 폭거는 '대한민국이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입헌민주국가임을 부정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찬탈하려는 시도이자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는 쿠테타이며,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 직전 벌어진 김만배 인터뷰를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이에 연결된 저널리즘 책무 위배는 한국 언론 현장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며, 깊은 성찰과 평가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이를 빌미로 독재 정권의 언론통제 망령을 부활시키고, 언론탄압을 정당화하려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음모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미디어오늘은 7일 저녁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에 이번 검찰 수사로 정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대통령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한 언론의 실체적 진실 관련 취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에 어떤 견해인지 질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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