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매력적인 오답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가 6일 치러졌다.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 이후 첫 실전 연습이다. 사교육을 받아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제를 내면 안 되고, 그렇다고 변별력 확보에 실패해도 안 되니 수능 출제진 고충과 부담이 컸을 것이다.
교사들 얘기로는 ‘다음 중 적당한 것을 고르시오’보다 ‘적당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라는 식으로 문제를 내면 정답률이 낮아진다. 정답을 1~5번 가운데 어디에 배치하느냐도 중요하다. 같은 문제라도 답안을 ‘4번’에 배치했을 때 정답률이 낮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조삼모사’다. 조금 모르면 3번, 아예 모르면 4번으로 찍으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걸 금과옥조로 여기면 곤란하다. 고난도 문항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수학이나 과학탐구의 마지막 2~3개 문제는 수험생들이 곧잘 ‘3번’으로 나란히 찍어 3번을 제외한 1·2·4·5번으로 답을 분산 배치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문항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어려운 문제를 전반부에 배치하면 전체적으로 체감 난도가 상승하고 평균 점수도 하락한다. 시험 볼 때 쉬운 문제부터 풀라고 훈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문항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가 ‘매력적인 오답’, 즉 정답이 아니지만 왠지 정답처럼 보이는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다. 매력적인 오답을 가려내는 것도 실력이다. 출제자 의도를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 다수가 정답이라고 생각할 만한 선택지는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정답이 쉽게 보이면 그 선택지 역시 오답일 수 있다. 국어뿐 아니라 영어·사회탐구, 토익·토플 시험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요령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무엇보다 기본개념을 확실히 익혀야 한다고 충고한다. 섣부르게 알면 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정답이 너무 뻔히 보이는 시험은 재미가 없다. 공부하지 않아도 답을 모두 맞힐 수 있다면 시험은 의미가 없다. 인생 하루하루가 시험의 연속이고, 매력적인 오답은 늘 가까이에 있다. 스스로 실력을 쌓고 상대 입장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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