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 인정, 신속한 구제 뒤따라야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폐암으로 숨진 30대 남성에 대해 법적 구제에 나서기로 5일 결정했다. 폐암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로 처음 인정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지난달 발표되자, 정부가 그간 과학적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판정을 보류해온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정부의 독성 화학물질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환경재난이다. 지난 12년간 공식 집계로만 1100명 넘게 숨지고 3900여명이 천식·간질성 폐렴 등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폐암 피해 인정은 늦은 만큼 신속한 구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폐암 진단을 받고 구제급여를 신청한 피해자 206명 중 131명은 이미 사망했고, 추가 조사 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피해자에게 간병비 등을 조속히 지급하는 ‘신속 심사’가 아닌 ‘개별 심사’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개인별로 살펴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판정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흡연·고령 등을 이유로 배제되는 피해자들도 나올 수 있다. 1급 발암물질 석면에 노출된 주민들에게 배·보상이 이뤄지는 기준보다 가습기살균제 폐암 판정이 지나치게 깐깐한데, 정부의 직무유기 책임에 견줘 소극적인 행정일 수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민형사 소송도 안 끝났다. 이른바 ‘안방의 농약’으로 인한 질병들은 추가로 확인되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가해 기업들은 구제비용을 분담하는 것 외에 개인별 보상에는 미적거린다. 선진국에서 벌어졌다면 거액의 집단소송감인 사건이 한국에서는 피해자들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고통을 알리고 증명해야 하는 참담한 일이 됐다. 애당초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벌어진 일 아닌가. 정부는 기업들에서 분담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 민관의 기금 조성과 피해자 구제에 보다 능동적으로 나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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