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궐선거 원인제공자’ 김태우 공천하려는 여당의 오만
국민의힘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달 11일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 보궐선거는 여당 소속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지난 5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해 실시된다. 공관위 구성은 후보 선출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당해 선거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당규 취지를 부정·경시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무공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에 후보를 내게 됐다”고 둘러댔다. 김태우 전 구청장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걸 달리 해석하고, 대법원 판결을 벗어나 공익제보자로 본 것이다. 그러나 당규는 ‘공직선거법 등’으로 선거를 다시 치르게 한 당의 귀책사유 범위를 넓혀놓았다. 그러곤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무시한 셈이다. 여권에서는 형식적 경선을 거쳐 그가 여당 후보로 선출될 거라는 시나리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사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서 비롯됐다. 형이 확정된 지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 피선거권을 회복시켜줬다. 사법부 판결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김 전 구청장 사면에 대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표현했다. 사면복권으로 판을 깔아주자 김 전 구청장도 당당히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여당은 무공천 기류를 바꿔버렸다.
‘보궐선거 원인제공자’의 선거 출마는 극히 이례적이고, 여당의 오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책임정치에도 어긋난다. 2020년 총선 등에서 잇따라 대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귀책사유 무공천’ 당헌·당규를 수정해 출마한 2021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했다. 국민의힘도 그 시험대에 서려는 것인가. 정치적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5개월의 구정 공백과 40억원의 선거 비용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보궐선거 원인제공자를 사과 없이 공천해 유권자들에게 표를 다시 찍어달라 할 수 있는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판결을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공당의 당규조차 제멋대로 무시한 공천 책임은 결코 작지 않고, 당 전체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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