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향해 ‘대등한 관계’ 각인… 대중협상 레버리지 높이기
러시아와 달리 국제사회 영향력 큰 中
北 도발 대응 등 대화여지 있다고 판단
전략적 모호성 벗어나 가치외교 분명히
양국 대화서 “할 말 하겠다”는 의지 천명
대만 문제도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인태서 높아진 韓 외교 위상 강조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리창 중국 총리 앞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무거운 책임’ 등을 거론한 것은 ‘가치 외교’ 원칙을 고수하며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윤석열정부의 대중 전략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尹, 자카르타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 세 번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자카르타=뉴시스 |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과 해외노동자 송출, 해상환적 등 북한의 불법 행위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 독재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무력을 과시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용납 불가’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간 윤 대통령의 대중 외교는 ‘대등한 관계’ 형성에 우선 초점이 맞춰졌다. 한·미·일 체제 강화도 대중 협상력을 높여 주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재인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내세우며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결과 ‘대중 굴종 외교’가 이뤄졌다는 게 현 정부의 인식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를 차단해 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70발가량의 미사일 발사를 시험했다. 직전 연간 최다 기록인 2019년의 27발을 2배 이상 크게 웃돌았지만,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제재나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 규탄 결의에도 ‘기권’을 하며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중국의 입장이 북·러와는 일부 다르다고 보고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인 북한과 러시아는 완전히 고립된 점에서 입장이 일치하지만, 중국은 아직 대만을 무력 침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과 국제법 준수를 주장하며 대외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킨 책임으로 인해 국제질서를 주도할 명분을 잃은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이 작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에 대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동남아 정상들이 모인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고 중국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데는,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 주도 야심을 갖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명분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자카르타=곽은산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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