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또 인상… 美, 베네수엘라 제재 해제 카드 '만지작'

김태욱 기자 2023. 9. 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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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세가 9일째 이어지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제재를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디. 사진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 베네수엘라 제재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9일째 이어지는 등 베네수엘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0.85달러(약 1100원)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약 11만7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회심의 카드는 다름 아닌 '반미' 베네수엘라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에는 미국 셰브런이 이미 진출해 있다. 셰브런은 또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와 합작법인 4개사를 운영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공식화할 경우 베네수엘라는 내년 말까지 일일 생산량 100만배럴도 도달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위한 제안서 초안을 이미 작성 완료했다. 제안서 초안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내년 대선의 공정성이 보장할 경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2차제재)을 대폭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를 고심하는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외에도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더딘 점도 있다.


PDVSA "7월, 일일 81만배럴 vs 8월, 일일 54만배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발표에 따르면 PDVSA 일일 원유 생산량은 올해(1~7월) 줄곧 70만~80만배럴 선을 유지했다. /사진=PDVSA 공식 홈페이지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상승에 방긋 웃고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를 하락세로 돌려세우기 위해선 베네수엘라 제재를 대폭 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가 돌연 감축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달(8월) PDVSA의 일일 생산량은 54만3968만배럴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7월 PDVSA의 지난달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인 81만배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PDVSA는 이 같은 감산에 대해 "지난 2019년 이후 강화된 미국의 제재 탓"이란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PDVSA는 "중유를 경유로 변환하는 시설이 낙후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미국의 제재 탓이란 입장이다.

다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다. 지난달을 제외한 지난 7개월 동안 PDVSA의 일일 생산량은 줄곧 70만~80만 배럴 선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5월 PDVSA의 일일 생산량은 81만9000배럴에 달했다. 지난달 감산이 미국의 제재 탓이라는 PDVSA 측 주장이 설득력 없는 셈이다.


'빅딜' 원하는 베네수엘라 vs '스몰딜' 원하는 미국


결국 PDVSA의 갑작스런 감산은 미국과의 제재 완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제재 완화를 두고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친 양국은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원유·천연가스 제재 완화와 더불어 '현금 거래 가능' 조건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원유·천연가스 단기 사업권 부여'만을 원한다. 즉 베네수엘라는 통큰 '빅딜'을, 미국은 단기 사업권 부여라는 '스몰딜'을 원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단기 사업권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11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이 셰브런 측에 발급한 6개월짜리 베네수엘라 사업권이다. 또 미국은 현금이 베네수엘라 정부, 혹은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에 유입돼선 안된단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트리니다드토바고 국영기업 NGC가 PDVSA 측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급하는 방법을 두고 막판 물밑 협의가 장기화 되는 이유도 이 같은 '현금 거래 제한'에 있다. PDVSA는 현금을 통해서만 10억달러를 받을 수 있단 입장인 데 반해 쉘·NGC는 향후 설립할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협상 방식에서 '통큰' 양보하겠단 입장이다.

김태욱 기자 taewook97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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