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감췄던 어부의 눈물 "3년 전에도 빨갱이 소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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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납북됐을 때나, 빨갱이로 손가락질받고 살아온 지난 세월에도, 법정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 신평옥입니다."
50여년을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왔던 납북어부 신평옥(84)씨는 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그의 주름살 깊은 볼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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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됐을 때도, 손가락질 받을 때도, 지금도, 저는 대한민국 국민"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북한에 납북됐을 때나, 빨갱이로 손가락질받고 살아온 지난 세월에도, 법정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 신평옥입니다."
50여년을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왔던 납북어부 신평옥(84)씨는 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그의 주름살 깊은 볼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동림호 선장이었던 신씨는 1971년 5월 인천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조기를 잡던 중 선원 8명과 함께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
다음 해 5월 11일 신씨는 북한으로부터 풀려나 고향 전남 여수에 도착했지만, '빨갱이'로 몰렸다.
일부러 어로한계선을 넘어가 북한에 붙잡혔고 사상교육·간첩 지령을 받은 뒤 의도적으로 풀려나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했다며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유죄로 판단돼 결국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3년 형을 받았다.
누명의 굴레는 수감시설에만 있지 않았다.
고문에 못 이겨 했던 허위 자백들이 죄가 돼, 신씨를 그리고 가족을 '빨갱이'로 낙인찍었고 50여년을 삶의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날 아내와 자식들의 손을 잡고 법정에 선 신씨는 선고에 앞서 최후 진술에서 재판장에게 "아내의 손을 한 번 봐달라"고 호소했다.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허약한 자신 대신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던 신씨 아내의 손은 마디마디가 고된 노동으로 굽어 있었다.
신씨는 "저로 인해 시작된 비극이 저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식들까지 힘들게 했다"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저는 평생 가슴 한 곳에 이 일을 감춰 묻어두고 있었다"며 "이 억울함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죽었으면 자식들에게 빚을 지어주는 거 같아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다"고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간청했다.
신씨의 간절한 호소에 검찰도 지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검찰은 "피고인을 비롯한 선원들은 수사와 재판 이후에도 낙인효과로 본인을 물론 가족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와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했다.
또 "과거 50여년 전 검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현재 검찰의 일원으로서 피고인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어 재판장이 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귀가 어두워 제대로 듣지 못했던 신씨는 변호사가 귀엣말로 전해주자 50년의 한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이 모습을 본 신씨의 가족은 물론 법원 직원들까지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신씨는 무죄를 구형한 검찰과,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허리를 숙여 "고맙다"고 인사했다.
신씨는 "3년 전까지도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며 "그래서 50년 동안 입 다물고 살았는데, 아내와 자식들에게 부끄러움을 물려주지 않게 돼 여한이 없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남에서는 납북어부 재심 사건으로 신씨가 가장 처음 무죄를 받았다.
광주고법에서는 동림호 납북어부 5명(3개 사건)의,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는 탁성호 납북어부 5명(1개 사건)의 재심이 이어질 예정이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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