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이태원 희생자 명예 지키고 기려야… 유족이 안 만나줘”
송은아 2023. 9. 7. 19:02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지난 7월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앞으로 재난대응 패러다임을 바꾸고 균형발전·지방시대의 기초를 닦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직무 복귀 후 처음으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근무기간 동안 재난(대응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 기초를 마련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이미 한계효용 체감에 들어간 지 꽤 됐고, 이대로 10년을 넘어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지방시대,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기초를 닦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탄핵소추 원인이 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진상조사는 수사기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시급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희생자들의 명예가 지켜지는 일”이라며 “두 번째로 추모공간·기념관을 만드는 일, 세 번째로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우리 스스로 안전의식을 잘 갖추는 게 이분들의 희생을 숭고하게 만드는 일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며칠 전 한 여당의원이 ‘정부나 여당이 피해자 유족에게 다가가는 걸 자꾸 가로막고 있다’고 했는데 저도 비슷한 느낌”이라며 “(이태원) 유족 의사가 중요한데 일단 만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제일 처음 하려 했던 게 (이태원) 유가족과 만남이었는데 수차례 제안했으나 무산됐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 제안하는데 유가족협의회에서 만남을 사실상 거절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와 관련해 일부 고위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물은 데 대해 “재난에 책임을 묻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고를 잘 막으면 잘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고 조금의 잘못이 생기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은 굉장히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재난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관련자를 문책하기 시작하면 담당자는 정말 힘이 빠진다”며 유학·승진 등에서 재난 담당 공무원을 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 소멸에 대해서는 “범정부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일단 일자리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대학을 잘 육성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중앙에 있는 일류대학 중 강점이 있는 단과대학 정도는 (선진국처럼 지방으로) 충분히 옮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파행 위기까지 갔던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와 고나련해서는 “출발과 준비는 상당히 미진한 점이 많았던 것이 틀림없다”면서도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지만 잘 마친 걸 인색하게 평가할 건 없지 않겠나. 마무리는 잘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 참가자 4만명이 지낼 숙소를 하루 만에 마련하고 사흘 뒤에 K팝 콘서트를 치렀다면서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이 빛났다. 교육기관과 기업, 종교계, 지자체, 국민이 보여준 열정과 단합된 힘이 있어서 처음의 부실을 극복하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 장관은 잼버리 준비에 있어서 주무부처는 아니나 막판에 합류한 행안부가 미흡했던 점이 없었는지 묻자 폭염·벌레 등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웠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이같은 업무를 하는데 제약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가 2차례 점검회의에서 110가지를 지적했고 그 뒤에도 추가로 100가지 넘게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권고했지만, 상당수가 시행되지 않았다”면서 “행안부가 그런 지적을 하는 것 외에 주도적으로 집행할 상황은 아니었다. 예산이라든가 집행 권한은 여가부와 집행위원회가 가지고 있어 (행안부로서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제대회를 하려면 국제대회를 치를만한 역량 있는 부처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면 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장관은 전국 지자체들이 잼버리 파행 사태 수습을 위해 지출한 약 150억원의 비용에 대해서는 “추석 전에 정산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자유총연맹이 정관에서 정치 중립 조항을 삭제하고 행안부가 이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개단체는 선거 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3개 단체가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지 않는지 지켜보고 국민의 우려가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탄핵 소추됐던 이 장관은 지난 7월 25일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복귀일부터 바로 수해 현장을 찾고 잼버리 수습 등에 매진했다. 지난달 1일에는 모친상을 당했지만, 빈소도 차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세종=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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