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달러당 110엔선 회복에 2~3년 걸릴 것”
日 최대 싱크탱크 노무라硏 기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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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연 0.5%인 국채 10년물의 금리 변동 상한폭을 연 1% 수준까지는 용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의 금리가 오르고, 엔저(円低)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하는 시점과 얼마만큼의 변화가 있을지는 안갯속에 있다. 경제 규모 세계 3위인 일본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일본 통화 정책의 향후 경로를 가늠해보기 위해 WEEKLY BIZ는 일본 최대 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를 이끄는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60) 수석이코노미스트를 화상으로 만났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대대적으로 통화정책을 수정할 것이며 그 시점은 내년 하반기 정도일 것”이라며 “현재 연 -0.1%인 단기금리를 0~0.1%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정책 수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행이) 금리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과도했던 통화 완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엔화 가치는 점점 상승하겠지만 (달러당) 110엔 선까지 돌아가려면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일본·미국·유럽경제를 연구해왔다. 그는 2012년부터 5년 동안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 해당하는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맡아 직접 통화정책을 집행했다.
◇ “일본은행의 방향 전환은 내년 하반기”
기우치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하는 통화정책 변경의 핵심은 현재 연 -0.1%로 묶어둔 단기금리를 0~0.1%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대해 그는 “내년 하반기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8년 만에 끝내게 된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정책에 변화가 오더라도 장기금리가 크게 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2분기에 (1.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수출 부진이 심화돼 올해 경제성장률은 1.2%에 그칠 것”이라며 “이러한 낮은 성장률 때문에 금리정책에 변화를 주더라도 장기금리가 1%를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들 일본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통화정책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 성장 잠재력이 낮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엔저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대거 공장을 이전하면서 해외 기업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일본 기업의 공장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쓰는 일본 기업도 많기 때문에 낮은 엔화 가치는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달러당 110엔 선 복귀엔 2~3년 걸려”
요즘 엔화 가치는 2021년 초와 비교해 40%가량 평가 절하돼 달러당 145엔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엔화 가치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 인상의 정점에 가까워진 미국이 내년에는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은 반대로 내년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올해 말에는 달러당 130~135엔 선까지는 환율이 내려가며 서서히 엔화 가치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달러당 110엔 선까지 돌아가려면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내년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지하더라도 장기 국채 보유량을 적정 수준까지 줄여나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엔화 약세는 올해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줬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통화정책이 바뀌면 엔화 강세가 주가를 5~10%가량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 공격 시 일본 GDP 3% 하락할 것”
일본은행은 기우치 이코노미스트가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일하던 2016년 장기 국채 수익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국채 수익률을 낮게 유지하는 수익률 곡선제어 정책(YCC·yield curve control)을 도입했다. 초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에 근무할 때부터 YCC가 정책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했다. YCC로 인해 국채 유동성이 떨어지고 시장 금리 왜곡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은 정부의 전략과 구조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통화정책은 일시적인 변화만 이끌어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면 장기 성장률 전망이 반등하고, 기업이 시설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양안(兩岸) 갈등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자체 계산해본 결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전쟁 상황이 되면 일본 GDP가 3%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며 “3%는 이론적인 수치이고 실제로는 주변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파급력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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