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도르가 남의 일이 아닌 시대'…시대를 바꾼 영웅 김민재와 손흥민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 이름만 들어도 위대함이 느껴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세계 최고에게 주어지는 상이기에 세계 최고가 아니었던 한국과는 크게 상관이 없던 상이었다. 한국 축구에 발롱도르는 즉 '남의 일'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 지난 2002년 안더레흐트의 설기현,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활약은 에인트호번)이 발롱도르 후보에 올랐다. 이 역시 엄청난 일이었다. 이런 선배들의 시작이 훗날 후배들의 발판이 됐다.
발롱도르가 본격적으로 '남의 일이 아닌 시대'는 손흥민(토트넘)이 열었다. 손흥민은 2019년 처음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려 22위에 등극했다. 유럽 5대 리그에 포함된 선수로서 처음 발롱도르에 초대된 것이다. 또 한국 선수 역대 첫 득표를 받았을 때였다.
그리고 2022년.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은 아시아 역대 최고 순위 11위에 올랐다. 사실 당시 아쉬움이 조금 컸다. 손흥민이 TOP 10 안에 들 만한 가치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그래도 자랑스러웠다. 손흥민으로 인해 발롱도르는 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 수상을 하고, 하지 않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손흥민이 수상을 하지 못할 거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경쟁을 펼치는 무대에, 손흥민이 함께 했다는 것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다.
발롱도르가 '남의 일이 아닌 시대'는 손흥민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민재다. 김민재는 2023 발롱도로 최종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돌풍의 주역이었다. 나폴리는 3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김민재는 세리에A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다. 수비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최고 수비수로 선정된 건, 세계 최고 수비수라는 의미다.
김민재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 한국 축구 선수 최초의 수비수 발롱도르 후보다. 앞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괴물이 해냈다. 수비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들기도 힘들다. 이번 30인 명단 중 수비수는 김민재와 함께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 요슈크 그바르디올(맨체스터 시티) 등 3인이 전부였다.
이번에도 김민재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할 거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도 즐겁다. 기쁘다.
수상을 떠나 세계 최고 권위의 축제 무대에 한국 축구가 함께 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축구의 위상은 올라갈 수 있다. 한국 축구는 분명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설기현, 박지성이 그랬고, 손흥민이 그랬고, 이번에 김민재가 그렇게 했다. 발롱도르로부터 받은 초대장을 마음껏 즐기는 일만 남았다.
[김민재, 손흥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발롱도르, 바이에른 뮌헨, 세리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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