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호랑이강낭콩 농가들, 불량 종자로 큰 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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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강낭콩 불량 종자 때문에 한해 농사 다 망쳤어요. 힘없는 농민이라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 종자는 경기도에 있는 한 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것인데, 재배 시 호랑이강낭콩 특유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엉뚱하게도 녹색을 많이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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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도 절반 이하로 줄어 수확작업 인건비도 못건져
“정부가 나서 호랑이강낭콩 종자 관리 철저히 해달라”
“호랑이강낭콩 불량 종자 때문에 한해 농사 다 망쳤어요. 힘없는 농민이라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국내에서 호랑이강낭콩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충남 예산군 신암면 일원. 최근 찾은 이 곳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불량 종자 문제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농가들은 “불량 종자로 인해 지난해 10여 농가가 재앙 수준의 피해를 입었고, 올해도 일부 농가에서 피해가 다시 발생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농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에 있는 농자재 마트에서 사다 심은 종자가 문제였다. 이 종자는 경기도에 있는 한 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한 것인데, 재배 시 호랑이강낭콩 특유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엉뚱하게도 녹색을 많이 띠었다. 그러다보니 도매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게다가 꼬투리가 재배 중 말라 버리는 현상도 나타나 수확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김재용 예산중앙농협 호랑이강낭콩 공선출하회장은 “꼬투리 색깔이 녹색이니 이걸 누가 호랑이강낭콩으로 인정해주겠나”라며 “그러다보니 경락가격이 정상품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경락가격까지 낮아지니 수확작업에 들어간 인건비 주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비닐하우스 17동에서 호랑이강낭콩을 재배하는 김승종씨(57·신암면 별리)는 지난해 3동에는 자가채종한 종자를 파종했고, 나머지 14동에는 문제의 종자를 심었다. 3동에서는 호피 무늬 선명한 호랑이강낭콩을 1동당 평균 180자루(4㎏ 들이)나 수확한데 비해, 14동에서는 평균 40자루를 따는데 그쳤다.
김씨는 “14동에서 나온 콩은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은 물론 색깔도 별로였고 마른 것도 많았다”며 “그나마 상품성 있는 것만 골라서 따느라 수확 작업 인건비는 오히려 더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종자를 생산한 영농조합법인에 항의했더니 조금 보상을 해줬으나 정상적으로 수확해 올릴 수 있었던 소득에 비해 택도 없는 금액”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좌영씨(65·신암면 두곡리)는 올해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 비닐하우스 4동에서 호랑이강낭콩을 재배했는데, 지난해 김씨가 입었던 피해가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윤씨는 “5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 왔지만 올해처럼 재앙적인 피해를 입은 적은 처음”이라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제는 농사고 뭐고 다 싫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그는 그동안 호랑이강낭콩을 2기작 해왔으나 올해 첫 번째 작기에 큰 피해를 입고 나서 두 번째 작기는 포기하다시피 했다. 원래대로라면 7월20일쯤 두 번째 작기 파종을 했어야 했는데, 현재 그의 비닐하우스는 텅 비어 있다. 그는 “농사 그만 짓고 미꾸라지 양식이라도 할까 고민 중”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농가들은 정부가 나서 종자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농가는 “중국에서 곡물용으로 들여온 호랑이강낭콩 종자를 종자용으로 탈바꿈시켜 시중에 유통해 이런 불량 종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정부가 종자 유통 체계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 피해를 입는 농가가 없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러한 피해에 대해 해당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이번 피해는 종자 문제라기보다는 날씨와 재배 상의 문제”라며 “생육 초기에 추운 날씨가 이어졌는데, 그러다보니 인산이나 칼리보다 질소가 많이 흡수되면서 잎의 생육이 왕성해졌고 콩의 충실도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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