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저렴한 지방은 3채부터 다주택 인정해야"···공시가로 판별 의견도
2채땐 '똘똘한 한 채' 급등 부작용
여론도 '3채 이상'에 긍정적 평가
주택수 기준 지역별 차등 적용 등
규제 완화땐 지방소멸 우려 완화
국토연구원이 제안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정책’의 핵심은 다주택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현행 2채 이상에서 3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현재는 서울·수도권·지방 등 지역에 상관없이 2채 이상을 보유하면 다주택자로 간주되는데 가격이 저렴한 지방 지역에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에는 3채부터를 다주택자로 인정하자는 게 골자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2주택 이상 규제를 강화하고 1주택자 혜택을 늘리자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돼 서울·수도권 집값이 폭등하고 지방은 집값 폭락과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어야 했다. 서울에 1채, 지방에 1채를 보유해도 다주택자로 분류되지 않고 규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 지방 소멸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다주택자 기준 변경안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다주택 수 기준을 조정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우선 비수도권의 인구 10만 미만 지역(2021년 기준 전국 83개 시·군)중 자가점유율 상위 30% 이상인 지역에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전국 평균 상회 지역인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남·북부터 3주택 이상을 다주택자로 볼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 1채, 강원도에 1채를 보유하면 다주택자가 아니고 서울 1채·강원도에 2채를 보유해야 다주택자가 된다. 이후 대상 지역을 비수도권 인구 20만 중소도시(103개 시군) 중 자가점유율 상위 40% 이상인 지역 등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거주 주택을 포함해 2주택을 허용하고 필요하면 연간 90일 이상 거주 조건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는 주택 보유 건수가 아니라 공시가격 등 주택가격을 반영해 다주택자 기준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에서 고가의 주택을 1채 보유하는 것보다 가격이 낮은 지방에 여러 주택을 보유하는 게 더 규제를 받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서울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2023년 기준 4억 9778만 원)에 3을 곱한 뒤 매 연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상승률을 더한 것을 기준으로 삼아 이를 초과할 경우 2주택 이상 보유자로 하자고 제시했다. 올해 서울의 경우라면 집 한 채의 공시가격이 14억 원(시가 20억 원)을 넘으면 2주택자로 간주돼 다주택자가 된다.
이 밖에 취득세 중과나 양도세 중과 시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되는 주택 중 시장 안정 기여도가 미흡한 것은 제외할 것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되는 주택 중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의 주택’이 있는데 이로 인해 수요가 몰리며 오히려 서민 주거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다주택자로 간주한 개념은 1988년 부동산 정책 발표 시 처음 나왔는데 이 오래된 기준이 지금까지 적용되면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2주택 이상 규제를 강화하고 1주택자 혜택이 늘어난 결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 또 일부 지역에서 1억 원 미만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자 저가주택에 대한 투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국민 여론도 다주택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일반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택 3채를 다주택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응답이 48.3%에 달했다. 주택 2채라고 응답한 비율(44.2%)보다 4.1%포인트 높았다. 다주택자 기준을 지역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56.7%가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이달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다주택자가 민간임대 공급자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재점검해 시장에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가운데 오피스텔을 하나 추가로 분양받은 사람과 몇 백 채 주택을 보유한 사람 등 상황이 다양한데 무조건 2채 이상을 보유했다고 다주택자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결국 민간 공급자의 사업성을 높여줘야 하는데 정부가 어디까지 확실히 규제를 풀어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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