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해” “밀지 마”…이재명 단식 천막에서 벌어진 ‘3분 소동’

추재훈 2023. 9.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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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 말라고, 밀지 말라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거야. 이런 예의 없는 사람이 어딨어?"

길거리에서 싸움이 났을 때나 들을 법한 말들, 실은 오늘 국회에서 나온 말입니다.

오늘(7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습니다. 지난달 31일부터 본청 앞에는 천막이 설치됐습니다. 천막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천명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란이 일어난 건 11시 반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찾아 온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강성희 의원을 맞이해 이야기를 나누던 무렵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찾은 손님 한 명이 천막 인근에서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었습니다.

태영호 의원이 이 대표의 단식 천막을 찾은 건, 어제(6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받았던 고성 항의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태 의원이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던 중, "독재정권인 김정은의 편을 들면서 북한인권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다", "이런것이 바로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는데, 현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역시 공산당원답다",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라며 거세게 항의했던 겁니다.

이에 태 의원이 "쓰레기? 발언 주의하세요", "뭐 쓰레기? 야, 박영순, 말 똑바로 해"라고 맞서며 고성이 오갔습니다.

이튿날인 오늘 오전, 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향해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 "탈북민을 생지옥인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한 윤미향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이재명 대표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겠다며 천막으로 이동했습니다.


■ 이재명 찾아 "박영순 제명하라"…3분도 안 되어 쫓겨나

태 의원이 천막으로 다가오자, 이재명 대표와 함께 있던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전체주의는 용산에서 하고 있지", "공천 받고 싶어 저러나", "대표는 안 오고 민주당을 공산주의라고 얘기하는…"이라며 태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이재명 대표 또한 "충성심을 보여주려고", "홍범도 장군도 한때 공산당 입당을 했다는 이유로 저렇게 확대를 하는데, 한 때 공산당이었던…"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민주당 조정식·김원이·신정훈 의원을 비롯해 천막 인근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이 태영호 의원을 막아서면서 소란이 일자, 이 대표는 "와서 이야기하라고 그러자. 그런 장을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태 의원을 천막 안으로 불렀습니다. 이 과정에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태 의원을 향해 감염 위험이 있으니 주먹 악수로 대체하라고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이 대표와 만나 짧은 인사를 마친 태 의원은 항의를 쏟아냈습니다.

"어제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님들이 제가 대정부 질문을 하는 도중에 저를 향해서 막말을 넘어선 완전히 원색적인 막말을 했습니다. 아니,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어요. 그런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아니 이런 말이 국회, 그것도 본회의 대정부질의장에서 할 수 있습니까?"


태 의원의 말을 듣고 있던 주변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맞섰습니다.

"어제 민주당에 대해서 뭐라고 했느냐", "여기서는 위로하고 원내대표에게 가서 이야기하라…."

특히 기자회견장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박영순 의원을 출당시키고 국회의원직을 박탈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소란이 일었습니다. 이 대표 지지자가 태 의원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결국 태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밖으로 안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태 의원은 "밀지 말라", "대표가 만나겠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맞섰습니다. 태 의원 등 뒤로 "무례하기 짝이 없다", "예의가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비난이, 주변에서는 "태영호 아웃", "국민의힘 아웃"이라는 이 대표 지지자들의 외침이 가득했습니다.

태 의원이 나가며 천막 안의 소란이 진정되자, 이재명 대표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죠."


■ "반(反)통일적 발언…누가 대한민국으로 오려 하겠나"

태 의원은 천막에서 나온 뒤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표가 만나겠다는 것도 쇼인가", "강제로 등을 떠밀려서 이렇게 내쫓는 게 맞나"라며, "정치 현실이 정말 참담하다. 철지난 색깔론, 원색적 발언, 이런 빨갱이론은 빨리 대한민국에서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동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 왜 왔느냐는 질문에는 "박영순 의원 출당 조치나 의원직 박탈은 당 사무총장이나 원내대표가 할 조치가 아니다"라며 "오늘같이 등 떠밀려 나가더라도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SNS에는 "이재명 대표는 제 요청에 아무 대답을 주지 않았다. 더 나아가 제가 자리에서 떠나자 "엄청 억울했나 보다"라며 비아냥댔다"며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한 것은 제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탈북민 전체, 더 나아가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 전체에 대한 인신공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료 탈북민 국회의원에게도 '북에서 온 쓰레기'라고 하는데 일반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참혹한 인권 현장인 북한을 벗어났는데도 인권이 짓밟힌다면 앞으로 누가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려 하겠는가"라며 "평화통일을 강조하던 민주당은 자신들이야말로 가장 반(反)통일적 발언을 했음을 각성하고 더 늦기 전에 조치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vs "인격 모독 참을 수 없어"

민주당에선 즉각 반발이 튀어나왔습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오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대표의 단식장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린 태영호 의원은 무뢰배인가", "태영호 의원은 오늘 행패에 대해 사과하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 또한 자신의 SNS에 "대표님께 달려가서 민주당 의원 출당을 요구할 만큼 속이 상하고 자존심도 상하신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그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시길 권한다"며 "동료 의원의 반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과 원내 차원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일이지, 독단적으로 행동하시는 것은 모양새가 더 이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어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태 의원을 향해 한 말이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김기현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태 의원의 이 대표 방문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아침부터 부산에 있어 모르겠다면서도, "태영호 의원이 민주당의 북한 인권 경시에 대해 지적하는데, 그에 대해서 인격을 완전히 모욕하는 참을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하는 건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이에 대한 확실한 징계와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또한 "있을 수 없는 발언과 행위"라며 "원내에서 조치해야 하겠지만, 별도의 조치가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이 콕 집어 제명돼야 한다고 말했던 박영순 의원은 오늘 입장을 내고, "태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고 한 일은 북한 관련 가짜뉴스 생산, 백범 김구 선생 비하,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외교청서를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라며 옹호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적 인물이 소위 '어그로'를 끌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단식 중인 야당 대표를 찾아가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이 요구한 사과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태영호 의원이 먼저 야당을 향한 그동안의 비난과 모욕에 대해 사과한다면, 저 또한 태 의원에게 사과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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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훈 기자 (mr.ch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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