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향하는 유가… 인플레·금리 인상 공포 재점화[고유가에 발목 잡힌 韓경제]

강현철 2023. 9. 7.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러 감산 연장 여파에
WTI 9일째 상승, 90달러 육박
월가 "내년 100달러 가능성"
물가 뛰면 금리 인상 불가피
소비줄고 경기 부진 '악순환'
코스피가 0.7% 넘게 하락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84포인트(0.73%) 내린 2,563.3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53포인트(0.38%) 내린 917.95로 마쳤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8.24 연합뉴스

◇배럴당 90달러선 넘어선 유가…"100달러 돌파도 가능"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0.85달러(0.98%)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0.56달러(0.62%) 오른 90.60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은 올해 처음으로 9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유가는 팬데믹 시기 약세를 보이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뛰었다. 여러 차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던 유가는 각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OPEC+(플러스) 등의 감산 지속으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면서 지난 6월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일엔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12월까지 연장하고, 8월에 일일 50만배럴의 원유 수출을 감축한 러시아도 연말까지 추가로 30만배럴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월가 일각에선 이번 상승세가 이어져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내년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적어도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DB금융투자의 한승재 연구원은 "상장을 추진중인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성공적인 주식 매각을 위해서는 고유가가 유리하다"며 "아람코의 주식 매각 규모를 고려하면 사우디 입장에서 무리한 감산은 연말까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유가 상승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물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무역·성장에도 먹구름

유가가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도 덩달아 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등 통화정책 기조 재조정을 놓고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름값은 7월 이후 줄곧 오름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오르면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가계 부담도 늘어나는 데다 근원물가가 높게 유지돼 통화정책 긴축 우려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가 90달러 이상에서 유지되거나 더 오른다면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0달러 수준으로 유가가 뛰면 무역수지, 소비심리,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경계선 수준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무협)에 따르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기업의 생산원가는 평균 0.43% 상승하게 된다. 산업계는 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등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또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 국내 경제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

특히 수출과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유가 상승은 큰 부담이다. 11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소비마저 위축된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6∼8월 3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보였는데 이는 유가 등 원자재가격 안정에 따른 수입 감소 영향이 더 컸다"며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출 회복도 다소 늦어지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무역흑자 기조가 약화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소비 둔화를 가속해 내수 및 성장률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한은, 물가뛰면 금리인상 카드 다시 꺼내나

유가 급등에 물가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은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해왔는데,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하면서 석 달 만에 3%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한은은 "8월 경제전망 당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지난해 9월에도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만큼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과 비슷하거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이에 더해 지금과 같은 유가 오름세가 계속된다면, 금리 인상 압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