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과 총련 ‘색깔론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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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인 지난 1일 때아닌 '색깔론'이 등장했다.
한·일 시민 수백명이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한 목소리가 '색깔론'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사건의 발단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1일 오후 일본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한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에 윤미향 의원이 참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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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특파원 칼럼] 김소연 | 도쿄 특파원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인 지난 1일 때아닌 ‘색깔론’이 등장했다. 한·일 시민 수백명이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한 목소리가 ‘색깔론’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나서달라.” 경남 거창군에서 일본 도쿄까지 온 조선인 희생자의 유족인 조광환(63)씨의 절절한 외침이 묻힌 건, 너무 뼈아프다.
사건의 발단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1일 오후 일본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한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에 윤미향 의원이 참석한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친북 단체인 총련 행사에 왜 참석했냐며 보수언론이 공세를 시작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는 지난 4일 담화를 내어 윤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당국은 반국가적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민단의 담화는 이상하다.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또 다른 장소인 사이타마에서도 추모 행사가 있었다. 사이타마현 혼조시, 가미사토정, 구마가야시 등 3곳의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시간을 달리해서 주최하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다. 여기엔 민단과 총련 지역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아사히신문은 2일 “두 사람 모두 추모를 계속해온 시와 관계자에 감사를 표했다”며 “불행한 과거를 교훈 삼아 일본과 남북한의 미래로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반국가적 세력’과 협력하는 민단 지방본부는 뭐라 설명할 것인가.
재일동포 사회는 간단하지 않다. 한·일이 풀어야 할 쟁점인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간토 학살, 원폭 희생자 등 역사 문제를 쫓다 보면 ‘총련’과 늘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민족의 아픔과 관련해 일본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워왔다. 불행하게도 민단과 총련은 남북 분단에 따른 이념 대립으로 ‘공통의 아픔’마저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민주화, 냉전 종식 등 시대 변화와 맞물려 동포 사회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이른바 ‘뉴커머’가 급속히 확대됐다. 이념을 뛰어넘어 문화로 하나 되는 ‘원코리아페스티벌’(1990년 시작)에는 민단·총련·뉴커머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색깔론’은 일본에서 동포들의 차별·배제·혐오로도 이어진다. 한국인 혐오로 악명이 높은 극우단체인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은 조선학교를 향해 “일본인을 납치하는 학교는 쫓아내야 한다”며 시위를 벌여 최근 법원에서 명예훼손죄가 인정됐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엔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사이타마현이 교육기관 등에 비축 마스크를 배포할 계획을 세우면서 조선학교 유치원만 제외했다. 일본 후지주택은 2년 반 넘게 “한국인은 거짓말이 만연한 민족”이라는 문서를 사내에 배포했고, 일본 화장품 대기업 디에이치시(DHC)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출연자들은 ‘조센징’이란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100년 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라는 참극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혐오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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