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적응력·거대 팬덤·‘고객 만족’을 위한 재작업···‘팝음악 강국’ 북유럽 제작자들이 본 K팝

김한솔 기자 2023. 9. 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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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제작자가 본 K팝’ 간담회
틱톡 ‘댄스 챌린지’ 등 적응력 호평
블랙 핑크·두아 리파 상호 협업 사례
수십번 수정하는 작업 방식 북유럽과 유사
블랙핑크의 미국 월드투어 공연 모습. YG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음악 산업은 휘청였다. 대면 활동이 중단되면서 콘서트가 열리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신곡 발매도 줄었다. K팝은 달랐다. 팬데믹 기간 중에도 홀로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팬층을 늘렸다. K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는 ‘북유럽 제작자가 본 K팝’이라는 주제의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아시아 최대 뮤직 마켓 ‘뮤콘 2023’의 오픈 세션이었다. 스웨덴 음악가들의 국외 진출을 돕는 비영리 단체인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의 대표 예스퍼 토르손, 전 SM엔터테인먼트 A&R(아티스트 발굴·기획)이자 싱잉비틀 최고경영자(CEO)인 미셸 조, ‘진바이진’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프로듀서이자 스파크 CEO인 최진석, 최 CEO와 함께 스파크를 창립한 스웨덴의 제작자 로빈 옌센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작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성공 요인은 K팝 특유의 빠른 적응력이었다.

조 CEO는 “K팝은 퍼포먼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데, 이제 사람들은 음악을 그냥 듣는 게 아니라 보면서 듣는다. 이걸 통해 언어 장벽도 깨졌다. 언어는 이해 못해도 멋진 공연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 ‘댄스 챌린지’ 같은 것을 통해 틱톡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술이 나오면 아티스트의 홍보 수단으로 잘 활용했다”고 했다.

옌센 CEO는 “K팝은 대단히 상업적이다. 유럽에서 음반 제작에 들어가는 돈을 안무 제작에만 투자한다. 모든 방면에서 프로덕션이 너무 잘되어 있어서,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 제작에 관여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예스퍼 토르손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 대표, 미셸 조 싱잉비틀 CEO, 최진석 스파크 CEO, 로빈 옌센 스파크 CEO.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팬덤이라는 독특한 구조도 여러 면에서 K팝의 규모를 키웠다. 팬데믹 기간 콘서트를 가지 못하자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후원하기 위해 실물 음반을 구매하는 형식의 소비를 늘렸다. 조 CEO는 “팬데믹이 끝나고 투어를 다시 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실물 앨범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건 K팝 업계의 고유한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최 CEO는 “K팝의 누적된 팬덤이 다른 나라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은 K팝 신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강렬한 현상”이라고 했다. 옌센 CEO는 “서구의 작곡가나 아티스트 같은 경우에는 팬데믹 2년간 거의 수익이 없었다. K팝을 한 저희 회사 매출은 지난해보다 70% 성장했다”고 말했다.

공고한 팬덤은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늘리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최 CEO는 “K팝과 아시아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 시장과는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팬덤의 유무”라며 “팝 아티스트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으면 기존 팬덤을 이용해야 한다. 두아 리파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두아 리파가 블랙핑크와 협업하자, 블랙핑크와 두아 리파 팬들은 서로를 알게 됐다. 조 CEO는 “슈퍼주니어의 경우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의 잠재력이 크다. 이미 6~7년 전부터 음악에 남미 요소들을 도입하고, 스페인어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오픈세션에서 발언 중인 미셸 조 싱잉비틀 CEO.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K팝은 하나의 곡이 완성되기까지 수정에 수정을 수십 번씩 거듭하는 치열한 제작 과정으로 유명하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제작자들은 의외로 이런 업무 방식이 북유럽 제작자들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CEO는 “작곡가와 프로듀서로서 북유럽 쪽과 오래 협업했는데, 문화적 유사성이 많다고 느꼈다. 레이블과 작곡가가 말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존중한다. 한 40번 정도 재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옌센 CEO는 “직업윤리가 비슷하다. (K팝은) ‘가운데 있는 부분은 좋은데 나머지는 다 바꾸라’는 식의 요청을 하는데, 이런 식의 요청을 미국 작곡가에게 하면 안 바꾼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서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멜로디가 좋은 음악을 선호하는 취향도 영향을 미쳤다. 조 CEO는 “북유럽 음악 스타일은 멜로디를 강조하는데, 한국인들도 멜로디가 좋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진바이진’ 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최진석 스파크 CEO.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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