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숫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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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맹점은 우리가 그것을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정확해 보이지만 완전무결한 숫자란 없다.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숫자가 맞지 않기도 했고, 공지 없이 조용히 파일을 바꿔둔 곳도 있었다.
통계의 함정에 대한 지적을 익히 듣지만 여전히 숫자는 정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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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같은 계정이긴 한데요, 한국은행이랑 금융감독원에 내는 수치가 조금 달라서요. 기업설명(IR)용 자료에서는 또 다른 수치를 쓰더라고요."
믿었던 숫자에 발등 찍힌 경험이 최근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를 알아보면서 각 은행에 분기별 외화차입금 수치를 요청했다. 어디는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고, 또 어디는 외부제출용 자료를 일부 발췌해 전달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취합이 잘 마무리되나 싶던 중 마지막 은행에서 이런 대답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부연과 함께.
얼마 안 돼 비슷한 경험을 또 했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1년마다 각자 내놓는 보고서에서 이직률을 모아봤다. 연령별 퇴직률이 궁금하던 차 꼭 맞는 통계를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난관에 봉착했다. 어디는 전체 근로자에 대해서 수치를 산출했고, 어디는 이 중 계약직을 제외한 임직원의 경우만을 발라냈다.
모수도 유리한 대로 다르게 잡았다. 가령 연령별 이직률을 계산할 때 전체 직원 대비 해당 연령대 이직한 직원의 수를 산출한 것이다. 수치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해당 연령대 직원을 모수 삼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숫자가 맞지 않기도 했고, 공지 없이 조용히 파일을 바꿔둔 곳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명시된 정보가 없어 새로운 오차 가능성을 발견하는 대로 각 사에 일일이 물어 확인해야 했다.
통계의 함정에 대한 지적을 익히 듣지만 여전히 숫자는 정확해 보인다. 조금이라도 더 세밀해지려고 태어났고, 소수점까지 찍혀 나오는데 또 한번 믿어보게 한다. 하지만 업계뿐 아니라 정부기관마저 저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불친절하기까지 하다면 그 어떤 통계를 신뢰할 수 있을까. 왜곡이 쉬우니 오히려 혼란스러울 뿐이다.
통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오늘이다. 이에 상호 조심해야 한다. '비교'라는 제 기능을 하게 하려면 일단 산출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완벽할 수 없다면 각주나 설명을 통해 그 오차를 교정해야 한다. 그게 통계의 가치를 지켜 나갈 방법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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