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경제를 위기로 모는 자, 총선서 심판해야

2023. 9. 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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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최근 언론을 중심으로 9월 경제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9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근거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 기한이 9월 말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정부에서도 밝혔듯이 9월 위기설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이미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2025년까지 만기를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각자 형편에 따라 원리금 상환계획서를 제출해서 납부하고 있다. 만기가 9월 말에 일시에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약 10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출 가운데 24조원 가량은 이미 상환이 되었다. 나머지 76조원도 단계적으로 원리금이 분할 상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의 경우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방안에 따라 채무를 경감하고 분할 상환할것으로 보인다.

대상 금액이 코로나19 대출금액의 약 7%에 불과한 수조원대에 그치기 때문에 설령 그 중 일부가 부실화되더라도 금융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상황은 아니다. 이를 보면 9월 위기설의 근거로 제시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대출만기 일시도래 문제는 과장된 우려에 불과하다.

사실 경제위기설은 과거에도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여러차례 제기되었으나 실현된 적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나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예견되는 어려운 상황 도래에 미리 대비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오히려 사전예고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많은 것도 경제주체들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해 사전대응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주의와 경계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9월 위기설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어렵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해온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발 금융위기, 그리고 미중간 대립 격화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장기화로 야기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미국 등 전세계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과 금융 긴축으로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꼽힌다.

국내적으로도 지난 정부 5년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로 인한 부작용이 우리 경제 곳곳에 암초로 작용해 경제성장과 경제활력을 옥죄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일본보다도 낮은 1%대 중반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대내외 여건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1000조원을 넘는 국가부채는 높은 고금리 환경으로 인해 금융산업과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봐도 유례없는 저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급감, 복지 포퓰리즘 만연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잠재성장률과 국가 재정건전성도 지금부터 경제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할 경우 다가올 경제위기 요인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트릴 요인이 곳곳에 산적해 있는데도 정치권은 위기 극복보다 내년 총선 승리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있다. 특히 압도적 의석을 가진 거대야당은 사사건건 갈길 바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에게는 위기는 위기가 될수 없고 오히려 기회가 될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이에 따른 국민 분열이다. 이로 인해 선제적 위기대응에 실기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1998년 외환위기도 위기 직전까지 여야간 정쟁으로 선제적 위기극복 기회를 놓치고 결국 외환위기를 자초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다시 외환위기같은 끔찍한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더 이상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쟁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누가 우리 경제를 위기로 내모는지, 누가 우리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적임자인지를 냉정히 판단해서 심판해야 할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선진국민으로서 정치적 선동이나 달콤한 거짓말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의 바탕 위에 냉철한 이성과 집단지성으로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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