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이정후 포스팅’에도 영향을 줄까… 어쩌면 그럴지도, 구단 계산기 바빠지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말 그대로 ‘생물’처럼 움직인다. 구단이 나름대로의 계획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지만, 시시각각 상황은 바뀐다. 이는 선수와 에이전시도 마찬가지다. 계약을 앞두고는 피 말리는 최종 조율이 이뤄지거나, 혹은 마지막 순간 행선지가 바뀌기도 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이정후(25‧키움)에게도 그런 물밑에서의 숨 막히는 레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정후가 KBO리그에 데뷔하던 시점부터 그 재능을 유심히 관찰하고 또 발전 과정을 지켜봤다. 일부 구단의 경우 이정후가 클럽하우스에서 어떤 선수인지, 심지어 사생활까지 면밀하게 체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첩보전은 이제 다 끝났다. 각 구단들은 이정후에 대한 평가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정후에게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건 각 구단들의 몫이고, 포스팅이 시작되면 그 금액을 베팅할 것이다. 이정후가 우위에 있는 시장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 레이스가 꽤 복잡할 수는 있다.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단들도 지정된 예산이 있고, 어떤 선수에 어느 정도 예산을 쓸지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생각보다 비싸지면 발을 빼기도 하고, 그 금액을 예정했던 후순위 선수에게 쓰기도 한다. 올해는 특이한 상황까지 겹쳤다. 바로 메이저리그 계약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되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시장에 나온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오타니에 쏠려 있다.
비록 최근 팔꿈치 인대 파열로 당분간 투수로는 뛰지 못하는 오타니지만, 타자 그 자체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당장 올해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이자 OPS(출루율+장타율) 1위다. 수술을 받으면 2025년 이후로는 투수로 다시 등판할 수도 있다. 총액 5억 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게 현지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는 팀은 한정되어 있다. 못해도 총액 4~5억 달러 이상을 쓸 수 있는 팀이어야 한다. 30개 팀 중 대다수가 지워진다. 일부 빅마켓 팀들의 잔치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와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헤이먼의 예상에도 6개 팀만 올랐다. 이 외에는 오타니 영입에 이미 손을 떼거나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이먼이 5일(한국시간) 공개한 예상 팀에는 일찌감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뽑혔던 LA 다저스를 비롯, 샌디에이고, 시카고 컵스, 텍사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이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오타니의 현 소속팀인 LA 에인절스가 빠진 게 눈에 들어온다.
이중 실제 어떤 팀이 오타니에 제안서를 내밀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정후 시장과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 이정후에게 가장 큰 관심을 드러낸 몇몇 팀 중 ‘헤이먼 리스트’에 올라간 팀들이 있는 까닭이다. 샌디에이고, 컵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꽤 관심 있게 관찰한 팀이다. 일각에서는 이 세 팀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즉, 이 팀들은 오타니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그 다음 이정후 시장을 볼 가능성이 있다. 시점도 그렇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월드시리즈 종료 후 열린다. 대략 11월 초부터 시작된다. 이정후의 포스팅 개시는 이보다는 조금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팅 기간이 꽤 넉넉하기 때문에 이정후 측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시장에서 빠지고, 그 다음급 대어들이 빠지면 이정후의 시간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장에는 공‧수‧주를 모두 갖춘 외야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그래서 이정후의 값어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다. 이정후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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