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 쿠사마 야요이 작품 팔려”...중국·홍콩 컬렉터 몰린 프리즈 서울
제프 쿤스·데미안 허스트 작품 눈길 끌어
피카소·에곤 쉴레 등 거장 작품보려 긴 줄
신세계 등 기업도 부스 설치하고 홍보전
“여기 있는 작품들만 봐도 입장료인 8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서울에서 열린 세계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7일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됐다. 프리즈는 스위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입장을 위한 4열 줄이 늘어섰다. 다만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프리즈서울이 입장 시간대를 나눠놓아 긴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갤러리 부스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서있던 김모(32)씨는 “작년에도 워낙 좋았어서 올해도 또 왔다”면서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최고”라고 말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은 파블로 피카소·에곤 쉴레·앙리 마티스 등 해외 거장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전시장 C홀과 D홀에서 열린 전시장 안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최근 경기 침체로 가라앉은 세계 미술 시장에 활기가 되돌아온 모습이었다.
특히 해외 유명 갤러리들과 17세기부터 최근까지 작품을 볼 수 있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는 관객이 몰려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인기 부스들은 줄 때문에 입장에만 10분 이상이 소요될 정도였다.
이날 관객들의 눈길을 끈 작품은 실제 나비 날개로 만든 데미한 허스트의 ‘생명의 나무’ 등이다. 이 작품을 전시한 영국의 로빌란트보에나 갤러리 부스에는 50억원에 이르는 제프 쿤스의 가로 3m 크기 ‘게이징 볼’ 조각, 17세가 걸작 안드레아 바카로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등도 함께 전시되어 관객으로 북적였다.
스테판 옹핀 파인아트 갤러리 부스도 폴 세잔,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등 근대 대가들의 종이수채화·드로잉을 한 데 모아 인기를 끌었다. 그레이갤러리도 짐 다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를 골고루 들여왔다.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는 윤형근, 루치오 폰타나와 더불어 7세기 크메르신상 등 희귀유물을 공개했다.
미국계 갤러리 가고시안은 조나스 우드의 정물화와 백남준의 ‘TV 부처’, 영국계 페이스갤러리에서는 요시모토 나라 회화, 미국계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의 로즈 와일리 회화 등에도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600억원대 피카소 작품이 전시돼 화제를 모았던 작년과 비교해 눈에 띄는 대작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술품 콜렉터들 사이에서는 “올해는 비교적 심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수억~수십억원대 알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 미술계 평가다.
현장에서는 미술품을 둘러보며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도 많았다. 관람객들도 MZ세대뿐 아니라 중장년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스터디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주민 이모(62)씨는 “미술품 투자에 최근 관심이 생겨 친한 친구들과 프리즈 서울을 찾았다”면서 “조지 콘도 등 추후 가치가 확 뛸 만한 작가들 작품이 있다고 해서 공부할 겸 보러 왔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77억원 쿠사마 야요이 작품 팔려… 중국·홍콩 바이어 기대
약 6500억원의 미술품이 거래된 것으로 추산되어 역대급 호황이었다고 평가받는 작년에 비해서는 못해도 아직까지는 우려보다 성공적이라는 것이 갤러리들의 반응이다.
개막 첫날부터 수십억대 작품들이 팔려나갔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전시가 시작되기 전 220만달러(약 29억3000만원)가량인 캐서린 번하트의 회화 작품을 판매했고, 580만달러(약 77억3000만원)에 달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 회화 작품도 판매됐다.
하우저앤워스도 라시드 존슨의 작품을 97만5000달러(약 13억원)에, 조지 콘도의 작품을 80만달러(약 10억6000만원)에 거래했다. 페이스 갤러리는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을 125만달러(약 16억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출품작을 사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갤러리 글래드스톤도 라우센버그 작품을 한화 95만달러(12억6000만원)에 개막 직후 판매했다. 이어 알렉스 카츠의 회화 75만달러(9억9000만원)에 판매했다. 독일계 스푸르스 마거스 갤러리는 작품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행사에 들고나온 작품 가운데 최고가인 ‘로즈마리 트로켈’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중국 및 홍콩 컬렉터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갤러리들은 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이던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날도 많은 갤러리 부스에서 중국 및 홍콩 컬렉터들이 단체로 혹은 삼삼오오 돌아다니며 안내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해외 저명 갤러리 관계자는 “중국과 홍콩 컬렉터들이 많이 찾았고, 구매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프리즈 서울 영향력이 홍콩 아트바젤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신세계·노티드도넛 등 유통기업 홍보 격전지된 프리즈 서울
이번 ‘프리즈 서울’ 행사장 면적의 약 5분의 1은 갤러리가 아니라 기업이 차지했다. 미술품 구매 고객인 ‘큰손’들의 구매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부터 신세계, W컨셉, 현대카드, BMW, 오설록, 노티드도넛 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이 전시장 한 편에 둥지를 틀었다.
신세계 W컨셉 부스 중앙에는 초대형 은박 베어 벌룬이 설치되어 프리즈를 찾은 사람들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W컨셉은 패션과 아트 공통 키워드인 컬렉션을 주제로 부스를 꾸렸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즈 서울’에서 라운지를 운영했다. 백화점 VIP로 라운지 입장 고객을 제한했는데도 오후 4시 입장 인원이 마감됐다.
음료와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오설록과 노티드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리가 모두 만석이어서 일부 고객은 서서 도넛을 먹고, 주문을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프리즈 서울을 활용한 아트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아트슈머 영향력이 점차 더 커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예술 명사들이 모이는 자리라 브랜드 홍보 효과도 크다는 판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트를 통한 홍보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되고, 결국 프리즈 서울 등 예술 소비층과 패션이나 유통기업도 같은 소비층을 공유하고 있다는 판단에 다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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