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경기 침체, 남의 일 아니다"…中의존·고용시장 '닮은꼴 경제'
[편집자주] 독일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기가 됐지만 들여다보면 여러 요인이 독일을 다시 '유럽의 병자'로 만들고 있다. 이런 독일의 모습에는 우리와 겹치는 점들도 있다. 독일 경제를 짚어본다.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흔히 '라인강의 기적'에 빗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폐허가 됐지만 1950년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 역시 한국전쟁으로 주요 산업 시설이 멈췄지만 1960~1970년대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됐다.
두 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해 경제 규모를 키웠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이 급격히 부상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비중이 줄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독일에 있어서도 중국은 최대 교역국(수출·수입 포함)이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6.8%(4위), 수입은 12.8%(1위)에 달했다.
높은 중국 의존도가 독일 경제에 독(毒)이 됐다. 독일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 경기 부진이 꼽힌다. 최근 국제금융센터는 '독일 경제 부진 장기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독일은 최종 수요와 자재 조달 모두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 중국 정부의 국산화 추진 및 수출 제한 조치 등도 경기 하방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하는 상황이었는데 중국발(發)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래 우리 정부는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하며 '하고'의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꼽았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4%로 전망하면서도 중국 부동산 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할 경우 1.2~1.3%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독일 경제 활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숙련 근로자 부족'이 꼽힌다.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은 최근 '최근 독일 경제 부진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독일 노동시장은 지난 20여년 간 고령층 및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크게 의존한 결과 고숙련 근로자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일자리 증가를 고령층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7월 우리나라 취업자 증가폭(전년동월대비)은 21만1000명이었는데 연령대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60세 이상은 29만8000명 늘고 20대는 12만8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 증가를 고령층이 이끌었다. 한은은 "최근 우리나라 고령층이 노동 공급 증가세를 견인하는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독일 노동시장 상황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 모두 '건전재정'에 무게를 두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독일은 재정준칙(연방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0.35% 이내로 유지) 시행으로 2011년 이후 긴축적 정책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가계 구매력 약화와 투자 부족에도 재정준칙 준수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재정정책 기조를 '확장'에서 '건전'으로 전면 전환했다.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입법화 작업은 미뤄지고 있지만 내년 예산안 증가율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로 설정하는 등 '재정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독일 경기 침체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독일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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