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다 뜬금없는 퇴행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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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게 지난봄이다.
'뜬금'은 예전 곡물의 시장가격을 뜻하는 말이다.
뜬금없음은 그래서 물정 모르고 되는 대로 언행을 내지른다는 뜻이다.
미래로 내달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이런 뜬금없는 퇴행은 정말로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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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단식, 표적 잘못 잡은 홍범도
민생 절박함 모르는 그들만의 뜬금 정치
단식 그만두고, 홍범도 논란도 치우라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게 지난봄이다. 그때 이 대표가 영장심사에 응하는 게 훨씬 득이었으리란 글을 썼다. 당시 수사 수준으로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발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혹 구속돼도 구당(救黨)적 희생으로 포장해 일말의 정치적 명분이라도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인신구속을 피하려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민주당에도 차제에 이재명에 대한 미련을 거두도록 당부했다.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방법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의 총선 영향력에 기대를 건 이들이 결사옹위에 나섰다. 부질없는 희망일뿐더러 그래선 야당 역할을 포기해야 할 터였다. 실제로 이후 윤석열 정권에 대한 합당한 비판들조차 모두 진정성을 잃었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뭐랄 것 없는 처참한 당 지지율이 그 결과다.
그 뒤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엔 단식이라는 퇴행적 방식까지 찾아냈다. 정상적 야당이라면 웬만큼 설득력이 있었을 민주주의 훼손, 민생파탄, 오염수 방류 저지, 국정쇄신과 개각 요구가 다 희화화했다. 뻔한 방탄체제를 고수하면서 현 정권에 혁신 요구라니. 여당의 조롱이 아니어도 세상 뜬금없는 단식이다.
뜬금없기론 현 정권의 홍범도 폄훼도 못지않다. 기억에 홍범도는 오랫동안 전설의 장군 이미지였다. 위인전을 통해서도 말 타고 만주벌을 내달리는 신화적 인물로 인상 지어졌다. 일찍이 홀연 사라지면서 김좌진 등 행적이 명확한 이들에 비해 사료도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다.
북한정권에 복무한 김원봉 등과 달리 그의 소련공산당 경력은 별문제시되지도 않았다. 건국훈장 수여 주체가 반공을 국시(國是) 삼은 박정희 정부였음을 떠올려보면. 그가 구체적인 역사인물로 체감된 계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군 잠수함에 그의 이름을 부여했을 때다. 2년 전 문재인 정부 때의 유해봉환은 홍범도 부활의 절정이었다. 봉환은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도 줄곧 시도했던 국가적 염원사업이었다. 동포사회의 합의된 요청에다 미온적이던 카자흐스탄 정부의 태도 변화로 그제야 어렵사리 송환이 이뤄졌다. 과할 정도의 행사였지만 독립영웅에 대한 합당한 예우라는 시각이 그래도 지배적이었다. 그는 예민한 이념논란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의 행적을 새삼 지금 잣대로 문제 삼는 게 얼마나 우매한 짓인지는 어제 한국일보 송용창 부문장이 ’역사전쟁, 처칠을 소환한다‘란 글에서 명쾌하게 정리했다. 요컨대 전후 반공에 앞장섰던 처칠조차 독·일 같은 거악 척결을 위해 소련을 미·영 자유민주주의세력의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변방에 유폐되다시피해 선택의 여지없던 노(老)독립운동가에게야.
전 정권의 이념적 왜곡으로 어느 정도의 교정(전쟁이 아닌)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홍범도는 완전히 잘못된 표적 선택이다. 굳이 고를 거면 현존하는 위협인 북한 공산체제에 영합하는 종북 연북세력이어야 했다. 엉뚱한 표적지 탓에 윤 정부가 한참 공들이는 야심적 인태전략마저 여론의 중심에서 밀려났다.(하긴 윤 정부의 무모한 질주도 ’뭘 하든 이재명이 있으니까‘란 믿는 구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뜬금‘은 예전 곡물의 시장가격을 뜻하는 말이다. 뜬금없음은 그래서 물정 모르고 되는 대로 언행을 내지른다는 뜻이다. 단식이나 홍범도 논란이 다 민생 모르고 각기 자기만의 세계에만 갇힌 현실무감(無感) 때문이다. 더 긴 말 할 것 없다. 단식은 집어치우고, 홍범도 논란은 접으라. 미래로 내달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이런 뜬금없는 퇴행은 정말로 안 될 일이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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