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푸틴 감산 연장에 유가 급등,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할 때 [사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결정을 했다. 두 나라가 12월까지 각각 하루 100만배럴과 30만배럴씩 감산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 그 탓에 5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부 헤지펀드는 100달러 돌파까지 예상했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웃돌면서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물가가 5~6%대로 고공 행진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런 인플레이션 상황이 재발할까 걱정이다.
이미 한국은 8월에만 소비자물가가 3.4%나 올랐다. 6월과 7월에 2%대를 보이면서 안정되나 싶었던 물가가 다시 흔들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석유류 가격 오름세를 이유로 9월 소비자물가는 8월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물가가 상승하면 서민 삶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나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들썩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를 걱정해 8일 식품업계와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를 만나 물가 안정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급업자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나중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정부의 보다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는 유가 인상이 미국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 물가도 오르게 된다. 한국은행은 미국 소비자물가가 6월 3.0%에서 7월 3.2%로 상승했으며 8월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염려해 미국 주가가 5일과 6일 연속해 빠졌다. 국내 주가와 원화값도 덩달아 하락했다. 자칫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하반기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유가 상승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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