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무늬만 오페라극장, 왜 절반이 뮤지컬?
오페라 공연 연간 25%뿐
국립오페라단과 협업해
전문극장 시스템 갖춰야
"왜 한국 오페라극장에선 오페라 공연이 드물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 의아해하는 점이다. 이상할 만도 하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유럽과 미국 오페라극장에선 7~8월 여름휴가철을 제외하면 거의 매주 오페라나 발레 공연이 열린다. 주로 상주하는 오페라단과 발레단이 그 무대를 책임진다. 발레도 클래식 음악 반주로 공연하는 장르라서 오페라의 동반자다.
그러나 한국 대표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선 올해 오페라·콘서트 26회(연간 대관 일수 비율 25%), 발레·무용 53회를 합쳐도 연간 50%에 불과하다. 나머지 50%는 대중음악 장르 뮤지컬이 채운다. 최근에도 두 달(7월 12일~9월 3일) 가까이 뮤지컬 '그날들'이 공연됐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잠실 샤롯데씨어터,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 극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페라극장을 잠식하고 있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오페라단과 발레단이 부족해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주 단체인 국립오페라단이 대관 심사에서 떨어져 다른 극장으로 가야 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오페라 6편 중 2편이 예술의전당 대관에 실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립단체의 예술의전당 우선 대관을 제한하고 민간단체에 기회를 주라고 지적한 게 이유였다. 그렇다고 클래식 전용인 오페라극장의 연간 사용 절반을 뮤지컬에 내줘야 하나.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의 오페라, 발레 전용 극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도 전자 음향을 사용하는 뮤지컬 대관을 허용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에 상주하지만 임차료와 대관료를 내는 별도 재단법인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상주 예술단체가 아니라 '세입자'다. 같은 법인이라면 우선 대관이 당연하다. 국립극장 산하 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관현악단은 임차료와 대관료를 내지 않고 국립극장 공연 일정을 우선적으로 잡는다. 2000년 서양예술 장르인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이 국립극장에서 분리돼 예술의전당으로 이주당했지만 극장과 통합되지 않았다.
대관도 어렵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관장 평가 방식도 오페라 공연 횟수를 제한한다. 객석 점유율이 주요 평가 요소이기 때문에 국립오페라단은 한 달 넘게 연습한 오페라 1편을 단 4회만 공연한다. 이를 넘겨 객석을 못 채우면 비싼 대관료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객석 점유율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1편당 6~10회 공연한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국립오페라단보다 적은 예산으로 연간 열 달 정도는 오페라와 발레 등 클래식 음악을 공연한다"고 말했다.
상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까지 있어서 100여 명이 참여하는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지난해 공연해 인근 지역에서 관람객이 몰려오기도 했다. 정 관장은 "서울에도 없는 오페라 제작 전문 극장을 대구에서 실행했다"며 "대구시와 시민들의 오페라에 대한 애정이 커 공연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도 오페라 공연이 늘어나야 성악가들 일자리가 많아진다. 세계 유수 콩쿠르를 석권했지만 국내 오페라 무대가 너무 적어 해외 오페라극장에 취업하러 떠나는 인재들이 너무 많다. 일부 K팝과 영화·드라마의 선전에 힘입어 문화강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축하지만 이런 후진국형 극장 시스템도 이제 재정비해야 할 때다. 아울러 객석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한 공연 실험을 할 수 있게끔 기관장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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